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선거전이‘도로 영남당’논쟁 속에 시작돼 대구·경북지역 정치권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국민의힘 책임당원 60%가 영남에 몰려 있어 TK 지역 표심이 당락을 좌우하는 게 현실이고, 이 와중에 터져나온 영남배제론은 당내 분열만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도로 영남당’주장 자체가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여권이 국민의힘 내부분열을 유도하기 위해 내건 프레임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런데도 그 프레임이 언론이나 국민의힘 당내외에서 적지않은 반향을 얻자 노골적으로 ‘도로 영남당’주장으로 당 내홍을 부채질하고 있다. 논란이 커진 것은 국민의힘 일부 당권주자가 이같은 영남당 논란에 편승하면서부터다.

국민의힘 4선의원인 홍문표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홍 의원은 지난 3일 국회에서 출마 선언을 한 뒤‘비영남 당 대표론’을 강조했다. 대구·경북 정치권 관계자들은 비영남 대표론의 근거로 ‘도로 영남당’을 거론한 것은 민주당의 프레임에 걸려드는 처사라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나마 비영남출신 초선의원으로서 당권 선거에 나선 김웅(서울 송파갑) 의원은 “영남 배제론은 흑색선전이자 프레이밍”이라며 “우리당의 본질은 영남이다. 당이 제일 어려웠을 때 지켜준 사람들에게 지금 와서 물러나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라며‘영남당 극복론’을 설파했다. 당권 후보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상위랭크된 이유를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차라리 아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면 초선 의원을 내세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말한 것처럼 향후 김 의원이 국민의힘을 새롭게 바꿀 수 있는 대안으로 얼마나 공감을 얻을 지 관심거리다.

도로 영남당 논란이 지속되자 당 대표 불출마를 선언한 5선의원인 정진석 의원이 나섰다. 그는 ‘영남당’논란에 대해“영남 유권자의 정서를 후벼파는 것이며, 자해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1년 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바란다면 전라도면 어떻고 경상도면 어떻고 충청도면 어떤가”라며 “적들이 우리에게 거는 영남당 프레임을 스스로 확대 재생산하면, 정권교체고 뭐고 다 도로 아미타불”이라고 일침을 날렸다. 정 의원의 지적처럼 영남지역을 주요 정치적 지지기반으로 삼고있는 국민의힘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 마냥 영남당이란 프레임을 두려워하는 것은 넌센스다. 오히려 영남지역 인물들이 당의 중추가 돼 당을 이끌고 나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호남이 텃밭인 민주당을 호남사람들이 중심이 된다고 호남당이라고 비난하거나 호남배제론이 나온 적 없지 않은가. 손자병법에 장계취계(將計就計)란 말이 있다. 상대편의 계략을 미리 알아채고 그것을 역이용하는 계책을 가리킨다.

국민의힘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여권이 건‘도로 영남당’ 프레임을 뛰어넘어 장계취계의 비책으로 쇄신과 통합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코로나19로 침체된 민생경제를 살리고, 국민을 편안하게 할 대안정당으로서의 면모를 확고히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