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2017년 취임 후 문재인 대통령의 첫 중국 방문은 최악의 외교 실패의 참사였다. 차관보급 인사의 공항 영접부터 세끼 연속 문 대통령 혼자 밥을 먹어야 하는 ‘혼밥’에다 팔을 툭툭 치며 인사를 하는 중국 외교부장의 외교 결례, 그리고 중국 경호원들의 한국 기자 폭행까지 최악의 굴욕적인 외교 모습이었다.

그리고 작년 초 중국발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중국 시진핑 주석이 문 대통령에게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고 추켜세웠다. 한국이 중국인 입국금지를 하지 않고 도와주려고 한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다. 정부는 “국민의 안전보다 정치외교가 더 중요하다”는 식으로 이 문제를 다루었다.

그러나 곧 역전현상이 일어났다. 한국에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니까 중국의 일부 지역이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고 14일 격리기간을 요구하고 한국인을 기피 하였다. 오히려 중국이 “정치 외교 논리보다 국민의 안전이 중요하다”라고 했으니 한국으로서는 참기 힘든 굴욕적인 순간이었다.

상황 초기 한국의 의료진들이 중국에서 오는 여행객에 대한 입국금지 내지는 입국제한을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정부는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또 시진핑의 방한 계획에 차질이 올까 봐 전전긍긍하며 골든타임을 놓쳤다.

그리고 돌아온 건 중국의 한국 조롱이었다. 마스크를 보내준다고 조롱기 섞인 제의도 한다. 대중 굴욕외교의 문제는 북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의 대중, 대북 외교는 한마디로 ‘비굴’그 자체이다.

그들이 무슨 말을 해도 아무 대꾸도 못한다. 온갖 욕을 듣고도 그저 묵묵히 참는 굴욕적인 모습이다. 북한과도 마찬가지이다. 미국과 북한의 협상이 겉도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북한의 공공연한 한국 원망과 비난에 길들여지고 있다. 북한의 한국 비난과 욕설은 그 도를 넘고 있는데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한국의 대중, 대북 아부에 대하여 돌아오는 건 조롱과 멸시뿐이다.

이런 가운데 베트남의 대중 외교가 우리에게 시사점을 주고 있다. 남중국해섬 영유권 등으로 중국과 미국을 비롯한 아세안 국가들의 이해가 충돌하고 있다. 베트남은 지도에 남중국해가 아니라 자기 나라 기준으로 이름을 정해 동해로 표기한다.

베트남은 중국의 윽박지르기 영토 주장을 또박또박 거르지 않고 논리적으로 반박해왔다. 중국이 거대 군함을 출동시키면 베트남도 당당히 군함을 내보내어 맞섰다. 이런 당당한 베트남을 중국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한심한 착각과 중국 비위를 맞추면 평화가 올 거라는 대중국 굴종외교 등으로 한미 한일 동맹에 금이 가고, 중국에 냉대 받고, 북한에 모욕당하고 있다.

이제 베트남식 ‘당당한 외교’를 배워야 한다. 우리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도록 중국에게도 할 말은 하고 북한에게도 강한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 그러한 외교의 힘은 한·미·일의 돈독한 동맹에서 나올 수 있다. 한국 정부의 ‘당당한 외교’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