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기존 집행부 부적격 판시
새 집행부 구성으로 사업 ‘탄력’
아직 시공업체 선정 못 한 상황
운영비 다툼 등 걸림돌 넘어야

지난 4일 오후 5시, 포스텍 국제관. 평소 컨퍼런스 등으로 이곳을 자주 이용하던 낯익은 교수들이 회의장으로 분주히 들어갔다. 이들은 포항시 흥해읍 초곡리교수촌사업 주주회원들. 임시주주총회장을 향한 발길이었다. 이날 참석자는 포스텍 교수와 직원 등 20여명. 위임장을 보내온 이들까지 합하면 84명이었다. 전체 주주 100명 중 절대 다수가 참석한 이날 주주회의는 두 시간 가까이 이어졌고 새 집행부를 구성하고 임시주총을 마무리했다.

이날 주주회의는 기존에 사업을 진행해 온 집행부와 대행계약업체 등을 상대로 비상대책위(이하 비대위)가 제기한 소송에서 최근 법원이 ‘부존재’ 이유로 임시주총을 이끈 이들의 손을 들어준 데 따른 후속 조치였다.

법원은 기존의 사업추진 집행부가 실시한 대행업체 계약 등은 조합원 총회 구성 미달 상태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존재 자체가 되지 않았다고 판시하며 비대위의 손을 들어줬다.

시행 대행업체의 항소 등 아직은 법적 절차가 남아 있긴 하지만 초곡리 교수촌은 구성원의 절대다수가 새 집행부를 뽑은 만큼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으며 사업이 보다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 사업의 시작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박태준 회장이 포스텍 교수들이 보다 쾌적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부지를 물색하자 땅 소유자였던 당시 이대공 포스코 부사장이 시가의 30%에 해당되는 평당 7만5천원~15만원선에서 내놓겠다고 하면서 본격화됐다.

이 소식은 이내 대학내에 공지됐고 순식간에 교수 등 100명이 1인당 200평씩을 사고 조합을 발족시키며 사업을 구체화했다. 매입한 교수촌 총 부지는 2만평. 도시계획사업을 통해 개발됐고 공사비용에 들어가는 감보율을 제하고 8천300평을 아파트 부지로 받았고 여기에 최첨단 인프라를 구축하는 600여 세대 단지를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조합원들인 포스텍 교수 등은 그동안 기존 집행부와 시행대행업체의 의견을 존중, 자신들의 땅을 현물출자까지 하며 내집 마련의 꿈을 꾸며 기다려왔었으나 최근 그 과정에 기존 사업시행사 측이 이해못할 결정들을 계속 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마침내 소송에 이어 이날 임시주총까지 열어 새 집행부를 구성하고 재산지키기에 나섰다.

포스텍교수 등이 이대공 전 포스코교육재단이사장으로부터 구입한 이 땅은 환지 후 현재 평당 450여만원 선까지 올라 조합원들인 교수들은 현재 개인별로 싯가 4여억원 상당의 지분을 갖고 있다. 8천300평 전체 부지 추정가격은 400여억원 선을 넘는다는 것이 부동산업계의 분석이다.

이날 총회에선 그동안의 기존 집행부가 사용한 운영비도 뭇매를 맞았다.

이날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기 집행부는 교수들이 현물출자한 땅을 담보로 95억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존 집행부는 그간 적법하게 사용했으며 영수증 등이 다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비대위는 과도한 사용이었고 용도나 규정을 넘어선 시행사 수수료 지급 등 절반 이상에서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어 향후 반환 청구소송 등 또 다른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의견을 모았다. 따라서 교수촌 사업의 진통은 어느 한쪽의 양보가 없는 한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새 집행부를 맡게 된 임원들은 이날 “하루빨리 정상화시켜 나가겠다”면서 교수촌 건립에 기대를 모았던 시민들에게 실망을 드린 부분이 가장 안타깝다고 소회를 피력했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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