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임 수

낮은 땅으로 흐르고 흘러서

낮은 몸짓으로 섞이고 섞여서

더 깊은 삶을 향해 흘러가야 한다

피땀으로 혼곤한 낮은 골짜기

갈망으로 올려보는 하늘은 어둠침침하고

해와 달도 쉽게 접근할 수 없으므로

낮은 땅으로 흐르고 흘러서

증발한 넋들을 하나씩 불러모으고

낮은 몸으로 간절히 부둥키어

더 넓은 삶을 향해 흘러가야 한다

그리하여 한없이 낮은 우리는

이 땅은 결코 절망이 아니라고

패랭이꽃 하얗게 피우며

우리의 기억 속에 애틋한 누이의

복사꽃 한 아름 담아내야 한다

그리고도 기꺼이 낮은 몸부림으로 어우러지는

우리는

부르튼 들녘마다 촉촉한 입술을 주고

여전히 불안한 나무들에게도 손을 내밀어

오, 속 깊고 따스한 낮은 힘이여

침몰하지 않는 눈빛으로 살아 있어야 한다

이 시는 여울목이라는 제목이 주는 정겹고 포근한 느낌과는 사뭇 다른 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시인은 여울목은 낮게 흘러서 깊이 스며드는 속성에 주목하고 있다. 노동자와 농민, 도시빈민들처럼 세상의 낮은 곳에서 간절히 흐르면서 역사의 주역이 되는 것이고, 그들이 흘린 피땀이 깊이 흐르는 여울목이 된다는 시인의 인식이 깊이 스며있음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