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가 지난달 29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시·도민 공론 결과에 대한 보고회를 열고 “행정통합 추진시기는 내년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 공약화를 통해 새로운 동력을 확보한 후 중장기 과제로 이어나가는 것이 맞다”는 의견을 밝혔다.

공론화위는 행정통합 제약요소로 행정통합 관련 제도적 기반 부재, 시·도민 공감대 형성 부족, 중앙정부 관심 부재와 뒤늦은 대응 등을 꼽았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논의기간을 2개월 연장하기도 했으나 관심을 높이지 못했다는 점도 제약요인으로 들었다. 김태일 공론화위 공동위원장은 “행정통합을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통합 의제를 민간주도로 다뤘고, 중앙집권에 대항하는 자치분권 운동으로 전개하면서 지역의 민주주의도 한층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의 최종결정이 남아 있긴 하지만, 공론화위 의견이 그대로 받아들여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경북행정통합은 시·도민 여론조사에서도 63.7%가 ‘2022년 지방선거 이후 중장기 과제로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만큼 ‘속도 조절’이 이 지역 주민들의 주된 여론으로 보면 된다.

대구경북행정통합이 결론을 내리진 못했지만, 공론화위의 지금까지 활동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공론화위의 축적된 경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다시 출발하기 위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고 봐야 한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행정통합은 끝이 아니라 출발점에 서 있다”고 밝힌 것은 같은 맥락이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행정통합 속도를 늦추는 대신 추진동력을 다시 확보해 보다 안정적으로 시·도민 공론을 형성시켜야 한다.

국가의 모든 인적·물적 자원이 현 상태처럼 수도권으로 집중되면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는 점점 더 쇠퇴할 수밖에 없다. 수도권에 인구가 몰리고 국회 의석이 수도권 위주로 형성되면서 권력이 중앙집중화 되는 것을 우리는 지금 여실히 지켜보고 있지 않은가. 더 시급한 것은 대구와 경북이 더 이상 현안을 두고 사사건건 경쟁하거나 싸움을 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두 지방자치단체는 항상 행정통합을 염두에 두고, 한 몸이 돼서 역량을 쌓아나가야 한다. 그래야 대구·경북이 수도권 블랙홀에 빠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