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명 인

내가 이 물가에서 그대 만났으니

축생을 쌓던 모래 다 허물어 이 시계 밖으로

이제 그대 돌려보낸다

바닷가 황혼녘에 지펴지는 다비식의

장엄함이란, 수평을 둥글게 껴안고 넘어가는

꽃수레에서 수만 꽃송이들이 한번 활짝 피었다 진다

몰래 몰래 스며와 하루치의 햇빛으로 가득 차던

경계 이쪽이 수평 저편으로 갑자기 무너져내릴 때

채색 세상 이미 뿌옇게 지워져 있거나

끝없는 영원 열려다 다시 주저앉는다

내 사랑, 그때 그대도 한 줌 재로 사함받고

나지막한 연기 높이로만 흩어지는 것이라면

이제, 사라짐의 모든 형용으로 헛된

불멸 가르리라

그대가 나였던가, 바닷가에서는

비로소 노을이 밝혀드는 황홀한 축제 한창이다

시인은 바닷가 모래와 석양과 재가 이어내는 황홀한 시간들에서 죽음과 부활이라는 화두를 꺼내고 있음을 본다. 죽음과 삶이 하나로 합쳐지고 순간과 영원이 공존하는 세계를 시인은 노을 지는 바닷가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어린 시절을 울진의 바닷가에서 보낸 시인의 깊은 시심을 느낄 수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