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역무원 모자·깃발 등 시골 간이역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주말이면 줄 서서 한참 기다려야 하는 역 주변 맛집 ‘인산인해’
삼국유사 이야기 담은 벽화 즐비한 화본마을도 관광객들 발길

25일 군위 산성면 화본리에는 주말 이틀간 수천여 명의 관광객이 몰려들어 마을에서는 극심한 주차난이 벌어졌다.  /김현묵기자 muk4569@kbmaeil.com
25일 군위 산성면 화본리에는 주말 이틀간 수천여 명의 관광객이 몰려들어 마을에서는 극심한 주차난이 벌어졌다. /김현묵기자 muk4569@kbmaeil.com

코로나 시대에 사회적 관심이 국내여행으로 쏠리고 있는 가운데 경북 군위군 산성면 화본리에 있는 화본역이 지역 명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역 발전의 주체가 도시에서 동네로 전환되면서 화본역이 지역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도시 작은 마을도 동네 브랜드를 꿈꿀 수 있는 시대다.

25일 인구 240여 명이 사는 화본마을은 주말을 맞아 이곳을 찾아온 외지 관광객들로 극심한 주차난이 벌어졌다. 그중에서도 키 작은 소나무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과 같은 풍경을 자아내는 화본역으로 인파가 몰렸다. 살굿빛으로 외벽을 칠해 마치 빛바랜 사진에서 튀어나온 듯한 모습이다.

대합실 내부에는 옛날 역무원들이 쓰던 모자와 깃발 등 오래된 소품들이 전시돼 있다. 벽 한쪽에는 화본역의 과거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흑백 사진들이 걸려 있다. 남편과 함께 이곳을 둘러보던 강모(47·포항시 남구·여)씨는 “야외활동 하기 좋은 날씨라 1시간 정도 차를 타고 시부모님 고향이기도 한 군위에 오랜만에 왔더니, 사람도 많아서인지 유난히 활기가 느껴진다”며 “어린 시절 사진앨범에서 본 듯한 아련한 풍경에 저절로 추억에 빠져든다”고 말했다.

화본역의 역사는 약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강점기였던 1936년 완공돼 1938년 보통역으로 출발했다. 당시 산성면에 시장이 없던 터라 주민들은 열차를 타고 영천으로 가 장을 봐왔다. 영천에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아침부터 모여드는 주민들로 기차역이 들썩일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점차 도시에 자동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기차를 이용하는 사람은 줄기 시작했다.

점점 쇠락해가던 시골 간이역은 2011년부터 변화를 꾀했다. 마을 주민들과 지자체가 힘을 모아 화본역의 옛 모습을 되살리기 위해 ‘화본역 그린스테이션 사업’을 추진한 결과, 이제는 관광객으로 붐비는 군위 명소가 됐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화본역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통한다.

화본역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역 주변에는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맛집들도 생겨났다. 얼큰잔치국수로 유명한 화본국수전문점에는 주말이면 이른 아침부터 대기 행렬이 이어진다.
 

특히 SNS를 통해 유명세를 탄 국수전문점을 비롯한 식당에는 종일 길게 줄지어 선 광경이 펼쳐졌다.  /김현묵기자 muk4569@kbmaeil.com
특히 SNS를 통해 유명세를 탄 국수전문점을 비롯한 식당에는 종일 길게 줄지어 선 광경이 펼쳐졌다. /김현묵기자 muk4569@kbmaeil.com

부산에서 온 40대 관광객 김모씨는 “직장동료가 이곳 고기국수와 얼큰국수를 꼭 먹어보라고 하기에 가족들과 함께 아침 일찍 서둘러 출발했다”며 “도착하고서도 밖에서 1시간 반 넘게 기다린 뒤에야 식당 안에 자리를 잡았다. 오래 기다려 지치지도 했지만, 그만큼 국수 맛이 좋고 직원들도 친절해 기분 좋게 값을 지불하고 나왔다”고 했다. 역 바로 앞 꽈배기집은 갓 튀긴 꽈배기와 팥 도넛이 유명한데, 빵이 부드럽고 촉촉해 아이들도 잘 먹는다는 후기가 많다.

화본역을 벗어나 화본마을을 거닐다 보면 삼국유사 속 이야기가 담긴 벽화가 곳곳에 보인다. 군위군이 삼국유사의 고장임을 알려주는 벽화들이다. 단군신화와 만파식적 등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다양한 이야기를 벽화로 담았다. 아이들이 떠나고 건물만 덩그러니 남은 폐교는 주민들의 손길을 거쳐 추억 박물관으로 재탄생했다. 주민 황모(57)씨는 “화본역을 중심으로 마을 곳곳에 과거 옛 추억이 잘 보존돼 있어 이곳을 찾는 방문자들이 하나같이 설렘과 두근거림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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