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갱이 채취 일손돕기에 나선 울릉도 지역 단체 자원봉사자들
부지갱이 채취 일손돕기에 나선 울릉도 지역 단체 자원봉사자들

울릉도의 봄은 바쁘다. 봄 하면 떠오르는 것은 만물이 생동하는 새싹, 노랑, 푸름, 봄 소풍, 꽃놀이 새롭고 여유로운 느낌이지만 울릉도는 신이 내린 신비의 선물 산나물 채취로 바쁘다.

육지와 전혀 다른 봄을 맞는 울릉도를 KBS2 ‘다큐멘터리 3일’이 찾았다. 이 같이 바쁜 '울릉도 평리마을 72시간'을 특집으로 25일 오후 11시 5분부터 대한민국 국민에게 소개된다.

화산섬 울릉도에서 해풍을 맞고 자란 나물들은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이미 육지에서 너무나도 유명한 명이와 세 가지 맛이 나서 삼나물로 불린다는 눈개승마, 울릉도 대소사에는 빠지지 않는다는 고비 등 다양한 나물들이 밭에 가득하다.
 

울릉도 봄철 나물 채취시기에는 김병수울릉군수도 직접 채취에 나선다.
울릉도 봄철 나물 채취시기에는 울릉군수도 직접 채취에 나선다. 김병수 울릉군수가 명이채취를 돕고 있다.

‘울릉도는 지금 봄나물과의 전쟁이다. 울릉도의 밭과 산에는 나물이 빼곡하다. 눈이 녹기 시작하는 봄의 초입부터 나물을 채취한다. 봄이 끝나면 밭에 남아있는 나물들은 억세져 상품성이 저하된다.

신비의 나물은 봄에 나고 제철에 나물을 모두 채취해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나물의 놀라운 성장 속도에 울릉도 주민들은 숨 돌릴 틈도 없이 하루하루 바쁘게 나물을 뜯는다.

고깃집에서 볼 수 있는 명이 장아찌. 그 명이가 생산되는 곳이 울릉도이다. 명이는 산마늘이다. 명이의 이름에는 울릉도 개척민들의 삶의 애환이 담겨 있다.

산마늘이라는 이름도 몰랐던 울릉도 개척 당시 겨울이 지나고 봄철 먹을 것이 없던 시절 이 풀 뿌리와 대, 입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고 사람들의 명을 이어줬다고 해서 명이이라 불린다.
 

울릉군청 공무원들도 나물 채취 일손 돕기에 나섰다.
울릉군청 공무원들도 나물 채취 일손 돕기에 나섰다.

울릉도의 봄은 나물 채취전쟁이라고 말할 정도로 쉴 틈 없이 일하는 사람들. 울릉군청에서 농촌일손을 도울 일꾼을 광고 등을 통해 육지에서 모집, 지원하고 있다.

나물을 다듬었지만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화물선이 자주 다니지 않고 그것마저도 파도가 높아 뱃길이 끊어져 육지로 나가기 어려운 울릉도의 특성상 나물을 생채로 내보내기가 어렵다.

나물은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싱싱한 모습을 잃기 때문에 울릉도 나물은 건채로도 많이 유통된다. 그렇기에 채취한 나물을 삶고 말리는 과정도 필요하다. 많은 집이 저마다 나물 삶는 기계나 아궁이와 가마솥을 설치해뒀다.
 

농촌일손돕기에 동원된 울릉군새마을부녀회원들
농촌일손돕기에 동원된 울릉군새마을부녀회원들

많은 양의 나물은 기계를 이용해 삶는다. 삶은 나물은 잘 마르도록 골고루 펴주고 바람이 불고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이틀 정도 말려줘야 한다. 일의 강도와 빽빽한 일정으로 지친 몸이지만 그래도 울릉도 주민들은 나물 밭으로 간다.

황금산을 오르는 사람들 울릉도 명이는 밭에서 재배하기도 하지만 산에서도 많이 자생한다. 과거에는 밭에서 재배하지 않았다. 산에서 자라는 ‘산명이’를 채취하고자 주민들은 산림조합에서 내주는 허가증을 받아 이른 아침부터 산에 오른다.

명이가 자생하는 산은 대부분 국유림이다, 허가증이 없는 사람은 채취할 수 없다. 매년 약 20일 정도의 정해진 기간에만 채취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울릉도 주민들이 이 기간에 산을 오른다.
 

울릉도 산에 무수이 자라는 봄 산나물 명이
울릉도 산에 무수이 자라는 봄 산나물 명이

사람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의 명이는 이미 대부분 채취가 끝난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다들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숨겨진 곳을 찾아 산을 오르는데, 명이가 자생하는 곳은 가파른 경우가 많아 가끔은 위험한 일도 일어난다.

그런데도 누군가는 이곳을 황금산이라고 부른다. 자신의 밭이 없는 사람도 허가증 하나만 있으면 산명이로 소득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울릉도에 3년을 거주한 사람은 일정액을 내면 그해 허가증을 받을 수 있다. 허가가 쉬운 데 반해 산명이는 가격이 더 나간다. 때문에 사람들은 이른 아침부터 배낭을 지고 산으로 간다.

사람을 부르는 봄나물! 봄의 울릉도는 언제나 일손이 부족하다. 봄나물은 수확 시기가 지나면 억세지므로 짧은 기간에 최대한 많은 봄나물을 채취한다. 그러다 보니 외부에서 인력을 부르기도 하고, 마을 사람들끼리 품앗이를 하기도 한다.
 

울릉도 삼나물 밭

그런데도 인력이 부족한 경우 타지에 사는 가족들과 친구들을 모으기도 한다. 봄나물로 바쁜 최주식(66) 씨를 돕고자 집을 방문한 손용권(66) 씨와 도금열(66) 씨. 어렸을 적 울릉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동창이었던 셋.

최씨는 울릉도를 떠나 육지에서 생활했지만, 나이를 먹고 울릉도로 다시 돌아왔다고 한다. 다시 모인 울릉도에서 나물과 함께하는 그들. 나물이 불러들인 소박한 동창회가 열렸다.

봄을 즐기기에는 너무나도 바쁜 일상,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웃음을 잃지 않는다. 피어난 봄나물과 함께 행복한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 다큐멘터리 3일 제작진은 봄나물과 함께하는 그들의 일상을 담았다.

 /김두한기자kimd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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