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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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11월 집단면역’ 목표 달성이 이루어질 지 걱정이다. 러시아산 백신의 도입 가능성에 대해 검토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상당 물량의 코로나19 백신까지 확보했다고 정부가 밝혔지만 국내 백신 수급난이 해소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백신 수급도 문제이지만, 백신에 대한 가시지 않는 불신도 문제이다.

장모님이 요양하고 계시는 요양원에서 전화가 왔다. 백신을 맞히실 것인가라는 질문이었다. 연세가 금년 91세이신데 가족회의가 열렸다. 과연 코로나에 걸릴 확률이 얼마냐 그리고 백신을 맞아 부작용에 의해 위험에 처할 확률이 얼마냐는 토론이 벌어졌다.

친구가 SNS 단톡방에 “맞을 것인가 안맞을 것인가?”라고 백신 접종에 대한 고민을 올렸다. 이제 시니어의 나이가 된 친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정부는 백신과 백신 접종 후 사망과는 관계가 없다는 발표를 하고 있지만, 그 발표를 전적으로 믿는 친구들도 많지 않은 것 같다.

유럽의약품청(EMA)이 얀센(존슨앤드존슨)의 코로나19 백신과 ‘특이 혈전증’간의 관련 가능성을 인정함에 따라 국내 접종계획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앞서 EMA가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백신과 희귀 혈전증간 연관성을 인정하자 이 백신의 접종 대상을 만 30세 이상으로 제한한 바 있다.

정부는 미국 보건당국의 검토 결과까지 충분히 검토한 뒤 전문가 자문과 예방접종전문위원회 논의를 거쳐 접종대상 등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와중에 이스라엘은 통제를 풀고 마스크를 벗었다는 뉴스도 들려온다. 국민들의 집단 면역이 완성되었다는 주장이다.

집단 면역은 감염이나 예방접종을 통해 집단의 상당 부분이 전염병에 대한 면역을 가진 상태가 되어 전염병으로부터 간접적인 보호를 받는 상태를 말한다. 집단 내의 다수가 면역을 가지고 있으면 전염병의 전파가 느려지거나 멈추게 된다는 논리이다. 보통 구성원의 60% 이상이 항체를 보유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 수치도 들쑥날쑥이다. 90% 는 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백신에 대한 지나친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고 확률게임에서 보듯이 각자의 공포지수의 문제일 뿐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확률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는 매일을 확률게임을 하고 있다. 교통사고, 낙상사고 등 낮은 확률이라도 사고는 항상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한편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확률이 100%이다.

백신 접종에 대한 지나친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다고는 하지만 백신 접종의 부작용으로 보이는 뉴스가 계속 되는 한 확률의 의미는 반감 될 것 같다.

의사도 안맞는데 왜 우리가 맞냐라는 극단론 속에 불가리아 같은 나라는 백신 접종의 우선순위를 폐지했다고 한다.

셰익스피어의 ‘햄릿’하면 떠오르는 것은‘죽느냐 사느냐 이것이 문제로다’라는 명 대사이다. “맞을 것인가 안맞을 것인가?” 참으로 어려운 질문이다. 좀 더 정부가, 의료계가 국민을 안심시켜 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