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 현지서 ‘고충 간담회’
주민들 이구동성 “군 못 믿는다”
권익위, 강원도 부지 물색 알려져
소음 측정 결과가 방향 좌우할 듯

이정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21일 오전 장기면 행정복지센터 회의실에서 이장단을 만나 미군 아파치 헬기 사격과 관련한 국민고충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포항 장기면 수성사격장 민·군 갈등의 중재를 맡은 국민권익위원회가 수성사격장 폐쇄 쪽으로 방향을 설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근거자료를 상당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 국민권익위는 최근 수성사격장 대체부지로 강원도 일대를 방문해 현장을 둘러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가장 마지막 단계인 헬기 사격 소음 측정 결과에 따라 언제든 결론이 바뀔 수 있어 상황을 예단하기에는 이르다는 평이 많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포항수성사격장반대대책위원회는 22일 대책회의를 통해 논의하고 앞으로의 대응책을 내기로 했다.

21일 오전 10시 30분 국민권익위원회는 포항시 남구 장기면행정복지센터에서 ‘국민권익위원회 포항시 장기면 이장단 국민고충 간담회’를 개최했다. 행사를 주관한 국민권익위에서는 이정희 부위원장과 김석준 국민고충긴급반장, 임진홍 민원조사기획과장이 참석했다. 지역에서는 박해영 장기면장과 각 마을 이장, 이재도 경북도의회 의원과 조현측 포항수성사격장반대대책위원회 위원장이 자리했다.

이정희 부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1월 포항시 장기면민들의 집단 민원 접수 후 오늘 두 번째로 장기면을 찾아왔다. 현재 권익위 조사관들이 나와서 장기면민들의 피해상황을 엄밀히 조사 중에 있다”면서 “오늘 이 간담회 자리에서는 권익위의 그간 노력을 설명드리고, 주민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계신지 들어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약 40분간 진행된 간담회에서는 아파치 헬기 사격 시 발생하는 소음에 대한 측정 문제를 두고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국민권익위는 농번기를 지나 오는 6월께 수성사격장에서 민·군 모두가 참여한 가운데 헬기 사격 소음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소음 측정 결과는 실제 주민들의 피해를 입증할 객관적 자료이자 법적 다툼 발생 시 활용된다. 갈등 조정과 함께 명확한 근거를 위해서는 반드시 소음 측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국민권익위 측 얘기다.

그러나 현장에 참석한 장기면 주민들은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소음 측정 결과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격장 폐쇄 이외에는 아무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서기 수성리 이장은 “군은 지금까지 거짓말을 해 왔다. 브리핑부터 그렇고 지난번에 정찰비행한다고 했을 때도 헬기의 속도나 고도나 모든 게 달랐다. 사격 소음을 측정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훈련처럼 쏘지 않을 것이다. 군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못 믿는다”고 분개했다.

이에 대해 이정희 부위원장은 “이전에 군이 자꾸 말을 바꾸고 하는 것에 대한 불신은 이해하나, 국민권익위가 사안에 개입한 이후로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면서 “권익위 역시 전문기관을 다 동원해서 객관적으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답했다. 임진홍 민원조사기획과장도 “권익위는 우리나라 집단민원 갈등 조정 최고기관이다. 우리를 믿어달라”면서 “주민들과 함께 사격장 폐쇄 입장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포항시 장기면 수성사격장에서 주한미군 아파치 헬기 사격이 실시되면서 올해 1월 19일 포항시 남구 장기면 지역주민 조현측 외 2천802명이 국민권익위에 집단 민원을 넣었다.

국민권익위는 지난 2월 8일 국방부와 주민 모두 동의한 가운데 갈등 조정에 착수했고, 이 사안과 관련해 해병대 제1사단 등을 방문해 자료를 수집해 분석 중이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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