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박형준 시장
청와대 초청 오찬서 건의
문 대통령 “국민공감대 고려해야”
국민의힘 “당 전체 의견 아냐”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 박형준 부산시장(왼쪽)과의 오찬 간담회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이 다시금 재점화되고 있다. 다만, 여야 모두 ‘역풍’을 우려한 듯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지난 4·7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은 21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공식 건의했다. 21일 청와대 초청 오찬자리에서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전직 대통령은 최고의 시민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저렇게 있어서 마음이 아프다”며 “오늘 저희를 불러주셨듯이, 큰 통합을 제고해 주시기 바란다. 사면 거론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서울시청에서의 브리핑을 통해, “오찬 자리에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문제에 대한 건의가 있었다”면서 “저 역시 같은 건의를 드리려고 했는데 박형준 부산시장이 먼저 얘길 했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도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될 만큼 위법한 짓을 저질렀는지 이해가 힘들다”며 사면을 촉구하기도 했다. 유승민 전 의원 역시 “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우리나라의 품격이나 국민통합을 위해서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하는 게 맞다”고 힘을 보탰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공감대와 국민 통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두 분이 수감돼 가슴 아픈 일이다. 고령이시고 건강도 안 좋다고 해서 안타깝다”면서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국민통합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이 두 가지가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답했다. 사실상 사면을 거부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만, 이철희 정무수석은 “동의나 거절의 차원은 아니다”며 “인간적으로 미안한 문제이지만 개인적으로 결정할 이야기가 아니라 국민 공감대와 국민 통합의 기준이라는 것에 비춰서 판단하겠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론 재점화’에 국민의힘 지도부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서병수 의원의 ‘사면 촉구’ 발언에 대해, “당 전체의 의견이 아니다”고 말했다. 주 대행은 “의원 개개인 의견은 다를 수 있는데, 당 전체 의견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는 것 같다”면서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당내) 많은 사람이 바라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재섭 비상대책위원도 “의원 전원이 무릎을 꿇어가며 국민에게 사죄한 일이 불과 4년 전”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이 선거에서 회초리를 세게 맞는 것을 보고도 떠오르는 게 없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초선인 조수진 의원은 “‘대통령 탄핵’도 역사”라며 “역사는 선택적으로 수용해선 안 되며, 일부를 부정해서도 안 된다”고 서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21일 데일리안이 알앤써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천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직 대통령 사면 찬성은 44.8%, 반대는 50.2%로 조사됐다.

/박순원·박형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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