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그저께(20일) 간부회의에서 “당장은 대구와 경북을 통합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보이는 만큼 우선해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내년 7월 통합자치단체 출범을 목표로 추진해온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이 도지사는 그 이유에 대해서는 “국회의원들도 대통령 선거 등을 고려해 행정통합을 장기과제로 하자는 이야기를 했고 여론조사에서도 중장기 과제로 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설명했다. 이 도지사의 이날 발언은 권영진 대구시장과는 사전 조율없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는 내일(23일) 전체 위원 워크숍을 열어 종합검토 의견을 문서화하고 29일 시장·도지사에게 제출할 계획이다. 이 도지사가 간부회의에서 “행정통합은 어렵지만 시·도 버스 환승제 도입, 광역전철 조성, 대구도시철도 연결 등의 과제는 먼저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대구도시철도의 경우 매년 1천500억원의 적자가 나는 상황이고, 시외버스 환승제의 경우도 적자노선이 많아 대구시와 경북도가 함께 극복해야 할 난제가 많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너무 타이트한 일정으로 진행돼 무산된 것이 아쉽긴 하지만 이 지역 앞날을 위해서는 꼭 추진돼야 할 어젠다다. 대구·경북은 그동안 정부 공모사업이나 기업 유치 성과를 내기 위해 서로 출혈경쟁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대구취수원 이전문제, 포항신항 물동량 확보, 경산~하양간 대구지하철 연장, 대구~칠곡~구미간 광역철도망 건설 등 시·도간 연계된 각종 현안도 한두 건이 아니다. 민선 4·5기와 6·7기에 추진됐던 경제통합 추진위원회와 한뿌리 상생위원회가 별 성과를 못 낸 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행정통합이라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현재 대구는 각종 경제·사회지표에서 광역시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정도의 도시로 변해가고 있다. 경북은 얼마 안 가면 주민이 없어 소멸할 시·군이 줄지어 있다. 모든 비수도권 지자체가 비슷하지만, 유독 수도권 블랙홀 앞에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현 행정 시스템으로는 누가 시장, 도지사가 돼도 이런 상황을 벗어나기가 어렵다. 행정통합이라는 새로운 생존전략을 시도는 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