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열 한동대 교수
장규열 한동대 교수

코로나19가 여러 가닥에서 사람을 잡는다. 방역은 물론 경제는 기초부터 흔들린다. 어울려 살아야 하는 사회적 기반이 도태되는가 하면 풍성해야 할 문화적 토양도 척박해졌다. 나라 간 교류가 뒷걸음치고 다니면서 배우는 관광과 여행의 그루터기가 사라져간다. 세상이 변하여 뉴노멀이 들어선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역동성과 재미는 희미해진 세상이 기다리는게 아닐까 싶다. 그런 가운데 모두의 미래가 달렸을 교육의 모습은 애처롭다. 대학에서 만나는 신입생들에게서 대학생활을 위한 기초학력과 기본소양 저하가 확연하게 보인다. 무엇이 문제이며 어디서부터 바꿔야 할까.

진보적 교육을 실현하기 위하여 초등학교에서 시험이 사라졌다. 즐거운 학교생활이 주어진 반면, 기초학력은 내려가게 마련이다. 학생은 즐기면서 배워야 한다. 구시대적 교육모델이 지나친 경쟁과 시험으로 압박하였다면 오늘 초등학생들은 넘치는 자유로움에만 빠진 게 아닐까. 배우는 길에는 적절한 긴장과 훈련이 있어야 하며, 격려와 채찍도 있어야 한다. 교육에 있어 무시험정책을 이제는 다시 생각해야 한다.

무시험은 탈경쟁을 지향점으로 삼았다. 과도한 경쟁은 사회적 부작용을 초래하지만, 적절한 경쟁의식은 동기를 부여하고 사회적 구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교육이 조장하는 극도의 경쟁적 환경을 없애가면서도 학생들 간에 적당하게 겨루는 분위기를 만드는 일은 사회적 소양개발에도 기여할 터이다. 무시험과 탈경쟁이 학력저하를 초래했다면, 코로나19가 가져온 비대면은 사회적 역량을 퇴보시킬 게 아닐까 걱정스럽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서, 어울리고 부대끼며 위로와 상처를 주고받으며 성장하고 발전한다. 대학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수업을 동시에 열면, 학생들은 이미 오프라인수업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교수와 만나서 일어나는 교감과 동료 학생들과 어울리며 발생하는 소통이 실종되고 있다. 코로나19가 만들어준 비대면 온라인의 편이성에 몰입하느라 함께 어우러지며 벌어지는 시너지를 망각해 간다.

무시험은 정당한 평가를 잃어버리게 했고 탈경쟁은 건강한 비교를 삭제했으며 비대면은 사회적 교감을 몰각할 기세다. OECD 국제학생평가(PISA)에서 한국학생들의 성적이 조금씩 내려간다고 한다. 기초학력저하가 실증적으로 나타난다. 코로나19 전후로 학생들 성적에 중위권이 줄어들고 특히 하위권이 늘어나면서 학력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비대면교육이 가져오는 부정적 영향이 보이는 것이다. 공동체적 생활보다 개인주의적 지향성이 대세라지만, 사회적 역량을 키워야 하는 다음 세대에겐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세상을 바꾸기 위하여 도입한 무시험과 탈경쟁 기조의 교육환경을 새롭게 살필 필요가 보인다. 코로나19가 던져준 비대면 환경에서 교육적 효과를 어떻게 살려낼 것인지도 신중하게 살펴야 할 생각거리다. 유초중등교육과 대학교육 사이에도 함께 소통하며 고민하는 틀이 마련되어야 한다. 교육은 제자리를 지켜야 한다. 교육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