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 코로나 19 예방 위해
작년 7월부터 ‘안심식당’ 운영
방역 위생물품 지원 등 혜택
당국, 전체 업소 중 10% 정도만
분기별로 특별 위생점검 실시
지정만 하고 관리 미흡 지적에
“인력 모자라 지도·점검 한계”

지자체에서는 음식 덜어 먹기, 위생적 수저관리, 종사자 마스크 착용을 준수하는 식당을 대상으로 ‘안심식당’ 인증 스티커를 부착해 주고 있다. /이시라기자

“안심식당… 정말 안심하고 먹어도 될까요?”

지난 18일 경북에 있는 한 백반집 입구에는 ‘안심식당’이라는 스티커가 걸려 있었다. 식당 안 한 테이블에 앉은 직장인 손님 4명이 점심 특선 메뉴 주문을 마치자, 종업원은 대여섯 가지의 밑반찬을 가져와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이들 일행 중 한 명이 반찬이 전부 다 나와도 앞접시의 행방을 알 수 없자, 종업원을 불러 “앞접시 하나씩만 주세요”라고 요청했다. 10여 분의 시간이 흐른 뒤 메인 메뉴인 생선구이와 된장찌개가 등장했다. 손님들은 이번에도 덜어 먹을 국자와 집게가 보이지 않자 체념한 듯 식탁 위에 놓인 수저통에서 숟가락과 젓가락을 꺼내 이들 도구를 대신 사용하며 식사를 마쳤다.

이모(25·여)씨는 “‘안심식당’이라는 문구를 자주 본 것 같은데, 문구가 있다고 해서 그 식당이 다른 식당보다 훨씬 더 깨끗하다고 느꼈던 적은 없었다”며 “코로나 바이러스가 고온에서도 살아남는다는 연구결과를 뉴스를 통해 본 적이 있어, 찌개 한 그릇을 놓고 여러 사람이 숟가락으로 떠먹는 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안심식당’ 중에서 위생 관리가 부족한 식당이 존재하고 있는데, 그 식당을 관리하지 않고 다른 식당만 계속 늘리는 게 무슨 소용이 있냐”고 꼬집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침체된 외식 경기를 살리기 위해 추진된 ‘경북 안심식당’ 지정제가 겉돌고 있다. 지자체는 안심식당의 수 늘리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지정된 식당에 대한 사후 관리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21일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농림축산식품부 주관으로 시행된 ‘경북 안심식당’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위생을 강화한 식당을 지정해 스티커 등으로 표시하는 제도다. 안심식당으로 선정되려면 식당은 덜어 먹기가 가능한 도구를 제공해야 하고, 위생적인 수저관리와 종사자의 마스크 착용, 매일 2회 이상 소독하기 등의 방역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지정된 업소는 다양한 채널을 이용한 홍보를 받을 수 있고, 침 차단용 칸막이와 수저 포장지 등 16만7천원 상당의 방역 위생물품 지원 혜택을 받게 된다. 경북도는 올해 안으로 도내 음식점 4만2천752개 중 7천802개(2020년 3천200개 지정, 2021년 4천602개 지정 예정), 약 18%를 안심식당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지자체의 기하급수적인 ‘안심식당’ 지정과는 달리, 사후 지도 및 점검을 받는 식당의 수는 태부족인 것으로 드러났다. 도는 매년 분기별로 ‘안심식당’으로 지정된 전체 업소 중 10%만 시민식객단과 소비자식품위생감시원 등을 투입해 특별 위생점검을 펼치고 있다. 이마저도 다수의 점검은 위생 관련 불평 민원이 가장 많이 접수된 곳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안심식당 제도가 시행된 후 현재까지 위생점검을 받게 된 업소는 452곳이 전부다. 이 중 13곳은 위생수칙을 준수하지 않아 미이행 지도 처분을 받았고, 취소 처분을 받은 업소는 단 한 군데도 없다.

지자체의 느슨한 관리 때문에 일부 업소는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도 ‘안심식당’의 간판을 내걸고 운영을 하고 있었다. 확인결과 수저 제공과 관련한 위생수칙 위반이 가장 많았다. 안심식당에서는 개별 포장된 수저를 제공해야 하지만, 일부 식당에서는 식탁 옆에 서랍식으로 제작된 수저통에서 포장되지 않은 수저를 손님들이 직접 꺼내 사용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랍식 수저통은 여러 사람의 손이 계속 수저를 만지게 돼 비위생적인 상황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업주들도 ‘안심식당’ 제도에 대해 회의적인 뜻을 내비친 사람이 많았다.

포항에서 10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한 영업주는 “코로나 때문에 ‘안심식당’이 아니어도 대부분 식당에서 마스크를 쓰고, 위생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며 “안심식당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달라지는 것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구청직원들이 갑자기 찾아 와서 안심식당 스티커를 식당에 붙여주고 갔지만, 정작 지도·점검을 나온 적은 한 번도 없어 무슨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올해부터 수저를 포장지에 넣지 않고, 매일 소독해 손님에게 제공하면 방역 수칙을 준수하는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군 단위 지역에서는 위생 단속 인력이 4명밖에 없는 상황이고, 공무원들의 피로도를 생각해 분기별로 단속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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