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충택<br>논설위원
심충택
논설위원

대구시 동구 신서혁신도시에는 장기간 빈터로 남아 있는 공공시설 부지가 있다. 1만4천㎡가 넘는 이 부지는 고등학교 설립을 위해 남겨둔 땅이다. 고교설립이 혁신도시 주민들의 최대 숙원인데도 불구하고 왜 대구시교육청은 이 빈터에 학교를 짓지 않을까. 법률에 위반되기 때문이다. 현행법은 학교 설립이나 학급 증설을 할 때는 ‘학령인구’를 반영해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학령인구라는 잣대를 적용하면 출산율 감소로 인해 대구시내에는 혁신도시뿐 아니라 어느 한 곳에도 학교를 지을 수 없다. 대구의 외딴 지역에 자리잡아 교통이 불편하기 짝이 없는 혁신도시 주민들은 그래서 아이들이 중학교를 졸업할 때쯤이면 이사 갈 생각을 한다고 한다. 가족과 함께 정착한 공공기관 직원들도 자녀 교육 문제 때문에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대구혁신도시 주민들의 이러한 상황이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도 전달됐다. 국가균형발전위는 혁신도시 공공기관들의 지역기여도를 체크하는 업무도 하고 있으며, 이 지역 출신 김사열 경북대 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위는 지난해 말 혁신도시를 교육특별지구로 지정해 학교설립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 개정 작업에 들어갔다. 지금 국회에서 논의중인 ‘혁신도시법 일부개정안’과 ‘기업도시법 일부개정안’,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이 그것이다. 이 법률개정안의 발의자는 엉뚱하게도 강원도 원주가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이다. 원주 기업도시 주민들의 최대숙원이 ‘고교 설립’이어서 이 의원이 총대를 멨다고 한다. 그러나 이 법률개정안 공동발의자 명단에 대구지역 국회의원은 한 명도 찾아볼 수 없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부터 지역균형 뉴딜정책을 ‘대통령 아젠다’로 채택해 다양한 과제를 발굴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위는 대구혁신도시 고교설립 문제도 이 과제 안에 넣어 해결책을 찾는 중이다. 부산·울산·경남이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는 ‘동남권 메가시티’도 뉴딜정책에 근거해 국비를 확보하려는 지역발전 전략이다. 지금 뉴딜정책을 겨냥한 지역 간 초광역협력 논의는 충청권(대전·세종·충남·충북)과 인천·경기 등 수도권에서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지역균형 뉴딜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법률이나 경제성 논리에 막혀 추진할 수 없었던 현안을 국가균형발전 논리로 풀 수 있기 때문이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경제성 논리로만 따지면 대한민국에는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 광역전철이나 광역대중교통망을 구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역균형 뉴딜사업 예산을 따내려면 일단 지자체가 지역의 특성·여건을 반영해 창의적 과제를 기획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지금 전국 지자체들이 이 기회를 잡기 위해 해상풍력발전소 건설을 기획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는데 대구·경북만 너무 조용한 것 같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들이 ‘TK 패싱’이라는 정치논리를 ‘자기 보신(保身)’의 도구로 삼아 이 지역의 미래 발전기회를 놓친다면 다음 선거에서 매서운 심판을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