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률<br>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부경대 겸임교수
박성률
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부경대 겸임교수

과거 우리 학교체육은 국가주의적, 승리지상주의적 체육정책과 맞물려 인권 친화적이기보다는 ‘인권 방치’ 또는 ‘인권 침해’ 환경을 조장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학교체육진흥법 제정으로 학교운동부 소속 학생들은 연습과 대회 출전으로 박탈당했던 학습권 보장과 더불어서 과도한 연습, 폭력 등의 신체적, 정신적 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법적 제도가 마련되었다.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다고 학생선수들의 스포츠인권이 자연스럽게 지속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가 제도의 도입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형태와 의식의 변화가 수반되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결국 인권 친화적인 스포츠 문화가 정착되려면 학교체육진흥법이라는 제도 아래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체육지도자의 의식 변화와 전문성 제고가 뒤따라야 한다.

체육지도자는 학생선수의 인권을 존중하며 교육자, 상담자,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골고루 수행해야 한다.

또한 체육지도자는 종목별 특성에 따라 학생선수를 효과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지도법과 전략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 종목의 경우 개인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연습과 상담을 실시해야 하고 성적 불쾌감을 주는 행동에 주의해야 한다. 단체 종목은 팀원 간에 상호 존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스포츠맨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투기 종목에서는 부상 예방을 위한 대책과 선수시절 체득한 경험에서 벗어나 과학적 근거중심의 훈련 방법의 적용이 중요하며 공격성을 조절할 수 있는 인성교육도 주기적으로 병행해야 한다.

아울러 체육지도자는 연습과 경기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학생선수를 지도·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시기별 훈련 목표, 내용,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학생선수가 자기 주도적으로 연습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우수선수뿐만 아니라 비우수선수의 경기력 향상과 동기 부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팀의 규정을 합리적으로 적용하여 부당한 처우가 없도록 해야 한다. 특히 경기 전, 중, 후에 상대 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언행을 보임으로써 학생선수들이 체육지도자의 이 같은 행동을 자연스럽게 따라하도록 해야 한다. 연습과 경기시간 외에도 부상, 학업, 진로 등의 고민을 상담해주고 건강과 체력상태도 전문기관이나 전문가와 협업하여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이같이 인권 친화적 체육지도자는 학생선수들이 경쟁에서 승리보다는 스포츠를 통해 사회성과 도덕성을 기르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요구는 특히나 학생선수들을 지도하는 전문체육지도자에게 비현실적일 수 있다. 승리를 통한 보상이 너무나 큰 현재의 체육특기자제도 아래서는 지도자나 학부모 모두가 교육적 가치보다는 스포츠를 통한 진학과 취업, 연봉 획득이 더 중요한 목적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체육지도자들이 승리에 집착하지 않아도 생계를 보장받고 명예로운 직업이 될 수 있도록 처우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체육지도자가 안정적으로 지도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적정 활동기간을 보장하고 그에 합당한 보수 체계로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해당 교육기관과 경기단체에 필요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적정 활동기간은 보장하되 경쟁을 기본 원리로 하는 스포츠의 고유한 성격에 따라 기대 성적에 이르지 못할 경우 합리적이고 다면적 평가 및 체육지도자 본인의 적극적 소명 과정을 거쳐 필요시 그 활동기간을 정리할 수 있으며 이러한 경우라도 애초 계약된 기간의 잔여 보수는 지급되어야 한다. 단, 스포츠폭력 등 체육지도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경우는 예외이다.

체육지도자의 안정된 일상 환경이 보장되어야 한다. 전문체육지도자의 경우 선수선발 과정, 경기력 저하와 성적 압박, 선수와의 신뢰 형성 부진, 개별 선수의 부상 및 슬럼프 관리, 개별 선수의 동기 부여 및 팀 응집력 향상, 외부의 압력이나 동료들과의 관계, 훈련 시 감정 조절 또는 과도한 감정 표출, 선진적인 코칭에 대한 의욕과 그에 미비한 제반 상황, 은퇴 후 진로 및 사회적 고립감 등 다양한 심리적 압박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체육지도자라는 자부심만으로 신체적 탈진, 과도한 감정 소모, 다양한 심리적 압박을 견뎌내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따라서 체육지도자의 심리적 안정, 직업 만족도,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적절한 방안이 필요하다. 전문체육지도자의 사회적 관계나 가족 관계 등 그 일상이 건강하게 유지될 때 그들의 지도를 받은 선수들 또한 사회적 고립 없이 심리적으로 안정된 가운데 훈련과 일상생활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바른 스포츠를 제대로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야말로 학생선수의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하지만 이 일을 일선 현장에서 하는 당사자 본인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수용 없이 실질적인 해결이란 불가능하다. 체육지도자를 문제 유발자로 취급하지 말고 문제 해결자로 대우해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