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에게 복숭아는 영적인 힘을 가진 과일이다. 다산, 생명력, 장수의 상징이다. 또 악령의 침입을 막고 깨끗한 신의 영역을 나타낼 때도 복숭아가 반드시 등장한다.

무릉도원(武陵桃源)은 중국인이 생각하는 숨겨진 낙원이다. 도원이란 복숭아 꽃이 만발한 평화스런 장소를 의미한다. 삼국지의 도원결의도 복숭아 밭에서 이뤄진다. 중국 전설에 의하면 3천년에 한번 열리는 복숭아를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신선에 가까이 갈 수 있다고 한다.

지난해 2월 시작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피로감에 지친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 벗는 날을 학수고대한다. 만약 지금이라도 마스크를 벗고 모두가 파티를 즐길 수 있다면 아마 그곳을 무릉도원이라 부를 것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서 세계 각국의 백신접종 상황이 속속 드러나자 나라마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스라엘은 4월, 미국과 영국은 6월쯤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대국민 연설을 통해 “올해 독립기념일(7월 4일)에는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야외에서 바비큐를 해 먹으면서 독립기념일을 축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때 코로나 감염상황이 최악이었던 영국도 여름 휴가 동안 자국민이 안전하게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나라의 리스트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공격적인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 확산세를 꺾고 자축 분위기다. 접종률 1위의 이스라엘은 군부대가 훈련기간 동안 마스크를 쓰지 않는 시험에 들어가기도 했다.

11월 집단면역 형성을 목표로 한 우리나라는 겨우 2%대의 접종률을 기록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등의 부작용으로 당초 계획했던 접종 스케줄의 대혼선이 예상된다고 하니 우리의 무릉도원은 언제쯤 나타날지 갑갑하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