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옥 혜

붓꽃, 마거리트, 난초, 능소화, 작약,

하늘나리꽃, 백합, 빈카마이너, 장미…

꽃가마 타고 유월이 왔다

감, 호두, 은행나무들 아기 열매를 품고

소나무 새순들 하늘 향해 키를 키운다

논에는 어린 모들이 연둣빛 물결인 양 넘실대고

밭에는 당근, 가지, 풋고추, 상추, 취, 쑥갓

얼갈이, 케일, 아욱, 호박잎, 고구마순…

쑥쑥 자라 흙을 빈틈없이 덮어버린다

콩밭엔 서리태 모종들이 세상을 기웃거리고

팥, 녹두는 떡잎을 내민다

모든 풀과 나무들이

태양의 달 칠팔월을 꿈꾸며

설레는 유월

산자락 무덤도 새 잔디에 둘러싸여

쓰레기 더미조차 새 풀잎에 덮여

빛나는 아름다운 유월

어느 사람인들

초록빛으로 물들어 반짝이며

저 들녘에

희망 하나쯤 심지 않았으리

제 가슴에

희망 하나쯤 품지 않으리

빛나는 연두 물결이 온 세상을 뒤덮고 있어 생명력이 넘치는 자연을 노래하고 있다. 시인이 펼쳐놓은 갖가지 고운 꽃들이며 나무들의 초록 새 잎들이며, 온갖 채소들이며 곡식의 새순들이 자아내는 빛나고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깨끗한 희망의 노래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