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복’ 공유
꼬리에 꼬리 물고 이어지는 각본
수척한 모습 위해 식단 조절까지
“삶의 의미… 아직 답 찾지 못해”

배우 공유가 삶과 죽음에 대한 의미를 담고 있는 영화 ‘서복’으로 관객들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공유가 연기한 ‘기헌’은 교모세포종으로 죽음을 앞둔 전직 정보국 요원이다. 과거의 트라우마에 갇혀 괴로워하면서 죽음 앞에 발버둥친다.

그런 그에게 복제인간 ‘서복’(박보검)을 안전한 곳으로 이송시키라는 임무가 주어진다.

13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공유는 영화의 주제만큼이나 무게감이 느껴졌다. 그는 삶의 의미에 관한 질문에 “어렵다”며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시간을 들여 차분하게 자기 생각을 풀어나갔다.

공유는 “영화는 복제인간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이야기 자체는 ‘왜 사는가’란 물음에 관한 것”이라며 “이 두 가지가 섞여 어떻게 영화로 만들어질지에 대한 궁금함이 있었다”며 작품을 선택한 배경을 밝혔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소모적인 이야기에는 관심이 잘 가지 않는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고민이 되고, 그동안 어려워서 하지 못했던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는 편이라고 전했다.

“‘서복’은 저한테 툭 하고 질문을 던지는 느낌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당연하고 쉬운 질문 같은데 대답이 잘 안 나오더라고요. 내가 왜 이 질문에 당황하고 답을 못할까에 대한 고민도 있고, 겁도 나서 처음에는 출연을 한번 거절하기도 했어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게 만드는 시나리오였죠.” 영화 속 기헌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통증 속에서 날이 서 있고, 예민한 사람이다. 부쩍 수척해진 얼굴이 그의 성격을 대변한다. 공유는 이를 위해 4개월 남짓 식단조절을 했다고 전했다.

“처음에 시나리오를 보고, 제가 생각했던 기헌은 더 어둡고 예민한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마냥 어둡기보다는 인간미가 보이는 캐릭터였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영화 속 기헌은 동료들과 농담도 하고 나름대로 위트도 있는 인물이 됐죠. 현장에서 넣은 애드리브도 있는데 시사회 때 많이 안 웃으시더라고요.” 공유는 기헌의 고통과 괴로움이 관객들에게 닿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배우로서 욕심도 내비쳤다. 그러면서 기헌이 통증에 괴로워하며 변기를 붙잡고 구토하는 첫 등장 신이 편집돼 아쉽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촬영 당시 눈이 새빨개지고 목에 담이 올 정도로 공들여 찍은 장면이라고 했다. 그만큼 공유는 기헌에게 공감했다고 했다. 기헌은 시한부 판정을 자신이 과거에 행한 잘못에 대한 벌이라고 여기면서도 죽음 앞에 두려움을 느끼고 살고 싶어한다.

그런 그에게 서복은 영화 내내 ‘왜’라고 질문을 던진다.

“기헌의 모습이야말로 유약한 인간이라고 생각해요. 그 누가 죽음 앞에 용감할 수 있을까 싶어요. 살고 싶어하는 것은 너무나 본능적인 인간의 감정이죠. 서복이 던진 질문 가운데 ‘민기헌씨는 살릴 가치가 있는 사람인가요’라는 질문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공유는 영화를 찍는 내내 삶의 의미에 관해 고민했지만, 아직도 답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복’을 통해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서복’이 저에게 던진 질문은 ‘무엇을 위해 사냐’예요. 죽기 전에 어느 정도라도 답을 깨우친다면 큰 복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하루하루를 소중히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원래는 미래에 대한 걱정도 많고, 과거에도 허우적대는 사람이었는데, 요즘은 내일 일어날 일보다 당장 오늘을 잘 살아내자고 생각해요. 인생은 한 번밖에 없으니까요.” 함께 호흡을 맞춘 박보검에 대해서는 “예뻐할 수밖에 없는 후배”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