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인 서

여기서 만났을 거다 우리

미끄럼틀과 시소, 혼자 흔들리던 그네,

생울타리에 기댄 작은 청소 수레가 속한

모래의 세계

이쪽 기울 때 너는 떠올랐니

우리는 평균대가 아니어서

균형점을 앞에 두고 나뉘어 앉는 세계

시소는 약속이 아니어서

잽싸게 무게를 버리며 달아날 수 있다

떠 있는 빈자리와 쏟아지는 이의 우스꽝스러운 엉덩방아

이것은 갑에게서 가볍게 을이 생략되는

저울 놀이

(….)

시인은 놀이터에 있는 시소를 모티브로 인간들의 잔혹함이 넘쳐나는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이 시에서의 놀이터는 동심의 아이들이 뛰노는 유희의 공간이 아니라 어른들의 갑과 을이라는 잔혹한 생존 논리가 지배하는 시간 공간이다. 일상의 관계들이나 공동체의 연합과 연대가 무너지고 생존투쟁이 심화되어가는 현실을 야유하고 비판하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