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배<br>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
김윤배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에서는 2014년 개소 이래 현재까지 평균 1달에 한번 꼴인 총 90차례에 걸쳐 독도 조사를 수행해 왔다. 한 겨울에 독도를 다녀왔고, 수온 30도에 육박하는 한 여름의 독도를 보아왔고, 며칠간을 독도에 머무르며 독도의 수중을 살피기도 하였다. 드론으로 독도와 독도 바다속의 변화상도 관찰해 왔다. 독도마을어장을 관리하는 울릉군 도동어촌계와 함께 해조류를 주 먹이로 하는 성게 구제작업도 함께 진행했고, 독도의 바다를 실시간으로 관측하는 독도해양관측부이 장비 점검도 수시로 진행했다. 독도소방헬기추락사고 때는 독도 현장조사의 경험을 살려 수중CCTV를 활용하여 현장수색에 참여하기도 했었다.

그동안 전용조사선이 없어 낚시선, 어선을 임차한 조사가 대다수여서 많은 한계가 있었지만, 내년에는 다목적 독도(울릉도) 전용 소형 조사선이 취항할 예정이라 더 풍부한 독도 조사가 기대된다.

육지에도 4계절이 있듯이 독도 바다에도 수온의 분포에 따라 계절마다 다른 분포가 나타난다.

독도 바다는 표층수온이 섭씨 약 10도 이하로 연중 가장 낮아지는 2~3월 사이에 한겨울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무렵 독도는 강한 북서계절풍의 영향으로 바닷물이 상하로 잘 혼합되어 때로 수심 150m까지도 수온이 거의 섭씨 10도로 일정하다. 독도의 겨울에 정착하는 일부 어류들은 찬 수온에 적응하면서 바위틈에 몸을 감추고 있지만 흥미롭게도 연중 가장 빈번하게 물개, 물범 같은 해양포유류들이 3월을 중심으로 독도에서 자주 목격된다. 독도의 겨울 바다는 또한 대황, 감태, 미역 같은 바닷말류들이 무성하게 자라는 기간이다.

겨울철에 연중 가장 약해진 대한해협을 통과한 대마난류의 세기가 봄철에 접어들면서 점차 강해지면서 독도 바다의 봄이 시작된다. 이 무렵 독도에는 주로 2월 말부터 독도에 찾아오기 시작한 괭이갈매기가 독도 주변을 쉼 없이 누빈다. 5월 초 무렵 독도 바다의 표층수온은 섭씨 약 15도 내외까지 상승한다. 겨울철에 보이지 않던 어류들이 봄철에 접어들면서 따뜻해진 대마난류를 타고 올라와 독도에 정착하기 시작한다.

독도 바다는 표층수온이 연중 가장 높은 섭씨 25도 내외를 보이는 7~9월 사이에 바다의 여름 풍경을 보여준다. 수온이 상승하면서 미역과 같은 바닷말류는 엽체가 녹아 없어지고 줄기 일부만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따뜻한 대마난류를 따라 독도에 온 파랑돔, 줄도화돔과 같은 열대성 어류들을 독도의 여름 바다에서 만날 수 있다. 독도 주변 바다는 한반도 주변 바다에서 가장 높은 표층수온 상승률을 보이는 해역이라, 이러한 열대 및 아열대 어종들을 여름철뿐만 아니라 다른 계절에도 자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표층 아래로는 겨울철에 러시아 인근에서 형성된 차가운 물이 여름철에 독도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해 때로는 수심 50m 근처까지도 수온이 섭씨 5도까지 크게 낮아지기도 한다.

10월 중순에 접어들면 대마난류의 세기가 점차 약해지면서 표층 수온이 섭씨 20도 이하로 떨어져 바다의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표층 수온은 12월에는 섭씨 약 13도 내외로 다시 낮아진다. 가을철에 접어들면서 여름철의 남풍 계열의 바람 대신 북풍 계열의 바람이 점차 강해지기 시작하면서 바닷물의 상하층 혼합이 활발해져 때로 수심 100m근처까지도 표층과 수온 차이가 거의 없이 수온이 수직적으로 일정해진다.

제주도의 토착종이었던 아열대성 어종인 자리돔은 가을이 깊어지면서 수온이 차가워지면 울릉도를 떠나 다시 제주도로 돌아갈까? 비록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이들 아열대성 어류들은 수온이 차가워지는 겨울철에도 독도를 떠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수중 암초 주변에 주로 서식하는 습성을 갖는 어류들은 독도의 바위틈에 최소한의 움직임을 유지한 채 다시 따뜻해지는 독도 바다를 기다리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독도 바다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급격한 해양환경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표층수온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바다의 여름이랄 수 있는 수온 20도 이상의 날수도 예년과 다르게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해양생물에 때로는 긍정적으로 때로는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해상기상악화 또한 예전과 다르게 증가하고 있다.

표층수온 증가와 바다의 여름기간 증가는 아열대성 혹은 열대성 해양환경으로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또한, 주요 어장의 변화, 먹이 생물의 변화에 따른 어류 성장률의 변화, 어류 산란 패턴의 변화 등 다양한 변화가 예측될 수 있다.

독도 바다는 한반도 해양환경변화를 가장 잘 감시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독도는 오늘도 해류를 따라 독도를 찾아온 혹은 독도에 기대어 정착하여 살고 있는 뭇 해양 생물들에게 삶의 보금자리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