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정규 <br>동국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사공정규
동국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우리가 일상에서 “자존심이 강하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통용하는 ‘자존심’이라는 단어는 좀 다른 의미에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자존심, 정신의학적으로는 오히려 ‘열등감’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그들은 사소한 말에도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하고 심지어 남이 자기를 무시 한다고 화를 낸다.

못생긴 사람에게 못생겼다고 하는 건 잔인(?)하지만 정확한 말이다. 그러나 상대는 무척 자존심 상해한다. 외모에 자신이 없는 열등감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정신과 의사 알프레드 아들러는 “인간은 누구나 완전하지 않은 존재로 태어났으며, 열등한 상태에서 벗어나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무리 완벽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외모, 돈, 학벌, 능력 등에 대해 모두 저 마다의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사실은 열등감 자체가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것이 아니다.

그런데 왜 열등감의 결과가 다른 것인가? 누구는 열등감에 지배당해 평생을 열등감의 노예로 살고, 누구는 열등감을 성공의 동력으로 삼는다. 예를 들면, 학력이 낮으니 남에게 무시당한다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열등감을 부정적으로 표출하는 것이고, 학력이 낮으니 남보다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열등감을 바람직하게 표출하는 것이다.

물론 학력이 낮은 것은 객관적 사실이라 하더라도 학력 때문에 무시당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주관적 해석일 수 있다. 실제로 남들이 자신의 낮은 학력을 무시했다면, “이것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하는 방식으로 생각해야 한다. 열등감을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가 중요하다.

열등감은 “내가 부족한 점이 있음을 느끼는 상태 즉 부족감이다. 누군가는 열등감에 짓눌리고 좌절한다. 열등감이 자신을 미워하는 방향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방향으로,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방향으로, 다시 말해 불행으로 가게 해서는 안 된다. 열등감을 부정하려 하지 말고 무작정 억압하려 하지 말고, 내 안의 열등감을 찾아서 먼저 마주해 보자. ‘완벽한 나’ 대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자. 그리고 “난 부족해”라는 사실을 허심탄회하게 인정하고 수용하자. 이 순간 열등감은 새로운 에너지로 변환될 준비를 한다.

헬렌 켈러는 자신의 부족과 불완전을 긍정적 동기 부여로 삼고 도전의 원천으로 삼은 대표적인 예이다. 그녀는 생후 19개월 때 뇌척수막염으로 추정되는 병으로 인해 시청각장애인이 되었다. 7살 때 인생의 스승이자 친구가 된 앤 설리번을 만나 퍼킨스 맹인학교에 입학하여 정식 교육을 받고, 이후 1904년 비장애인도 힘들다는 래드클리프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졸업할 무렵에는 5개 국어를 습득했다. 그녀는 수많은 기고문을 쓰고, 5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된 13권의 책을 저술했다. 그녀는 세계를 다니며 강연 활동을 하였고, 1937년에는 한국을 방문해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우리 민족에게 “희망을 잃지 마라”고 용기를 주었다고 한다. 또한, 소외된 사람들의 인권을 위해 활발한 사회 운동을 했다. 1955년 하버드대는 그녀에게 명예법학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이는 하버드대가 여성에게 수여한 최초의 명예 학위였다. 또한, 1964년에는 미국인으로서 최고의 영예인 미국자유훈장을 받았다.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은 “19세기에서 가장 위대한 두 명의 인물은 나폴레옹과 헬렌 켈러다. 나폴레옹은 무력으로 세계를 정복하려다 실패했다. 헬렌 켈러는 세계를 마음의 힘으로 정복하는 데 성공했다”는 말을 남겼다.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은 헬렌 켈러를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여성”이라고 칭송했다고 한다.

헬렌 켈러의 말 중에 인상적인 것이 있다. “세상은 고난으로 가득하지만, 고난의 극복으로도 가득하다. 장애는 불편하다. 그러나 불행하지는 않다.”

자신의 신체적 장애를 오히려 건설적인 활동으로 승화한 의지의 인물다운 생각이다. 이렇게 신체적 열등과 같은 어려운 여건을 오히려 건설적인 활동을 함으로써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모범이 되었다.

사람은 어느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 사람의 발전이란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함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가 지닌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데서 시작된다. 우리는 우리가 ‘완벽하지 않음을 수용하는 용기’, ‘불완전할 용기’가 필요하다.

살아가는 동안 내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채우면 된다. 내가 부족한 부분이 잘 채워지지 않는 것이라면, 다른 것으로 채우면 된다. 공부에 소질이 없다면, 자신이 소질이 있는 분야를 열심히 하면 된다. 굳이 자신이 부족한 부분으로 채울 필요는 없다.

우리는 모두 열등감을 갖고 있지만, 열등감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 객관적으로 자신의 부족한 점이 있다면 이를 인정하고 수용하자. 그리고 이를 극복하여 더 나은 삶을 향해 노력하자. 열등감은 현재보다 더 나은 나를 위한 자아실현의 원천이다. 열등감은 나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