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길목에서 치러진 4·7 재보궐선거가 여권의 참패로 끝났다. 국민의힘은 총선 참패 후 1년 만에 탄핵사태의 수렁에서 벗어나면서 정치 지형을 반전시킬 수 있게 됐다. 집권여당은 이번 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을 똑바로 받아들이고 국민에게 사죄를 해야 한다.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해온 법과 제도, 상식, 관행을 무시하고 국정을 일방적으로 이끌어 온 집권여당의 오만이 민심이반을 일으킨 것이다.

국민의힘은 승리감에 도취돼선 안된다. 이번 선거에 압승해 향후 야권 통합과 재편 과정에서 주도권을 갖게 됐지만, 민심을 얻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이번 선거에서의 승리 원인은 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잘못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내년 대선까지 정국 주도권을 유지하려면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우선 대구·경북지역당, 기득권·꼰대정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이 급선무다. 벌써 당내에서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구·경북 2선 후퇴론’이 나오고 있는 모양이다. 중도 외연 확장을 위해서는 극보수적인 스펙트럼을 가진 TK정치인이 전면에 나서서는 안된다는 논리다. 상당수 이 지역의원들도 이 논리에 대해 수긍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 지역 출신 송언석(김천)·곽상도(대구 중·남구) 의원이 최근 좋지 않은 일로 나란히 언론에 보도돼 시·도민들에게 충격을 줬다. 송 의원은 지난 7일 국민의 힘 재보궐선거 개표 상황실에서 당직자에게 폭행과 욕설을 한 혐의로 구설에 올랐다. 국민의힘 대구시당 위원장이기도 한 곽 의원은 서울시장선거에 투표한 뒤 인증사진을 올리는 바람에 대구시민들로부터 ‘서울시민이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곽 의원은 오래전부터 대구시장 출마설도 나와 시민들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국민의힘은 아직 11개월이 남은 내년 대선을 생각하면 갈 길이 멀기만 하다. 대선정국의 격랑 속에서 조금의 실수만 해도 천금 같은 기회를 물거품처럼 날려버릴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교훈을 얻었듯이 항상 민심을 겸허하게 읽어야 한다. 국민에게 국정운영의 대안정당이라는 인식을 주지 못할 경우 한 순간에 외면당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