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노동조합’

김강 지음·아시아 펴냄
소설집·1만4천원

첫 번째 소설집 ‘우리 언젠가 화성에 가겠지만’에서 다채로운 상상력을 펼쳐 보이며 독자들을 만났던 의사 겸 소설가인 김강(49) 작가가 두 번째 소설집 ‘소비노동조합’(아시아)을 펴냈다.

이번 소설집에서도 김 작가의 상상력은 두드러진다. 무인도에 홀로 낙오돼 하루하루를 버티는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월요일은 힘들다’에서부터 기본소득제가 시행되는 세계의 이야기를 담은 표제작 ‘소비노동조합’, 통일 이후의 사회는 어떤 식으로 다가올 것인지를 그려낸 ‘와룡빌딩’등 현재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그리 멀게 느껴지는 것도 아닌 이야기들을 담았다.

김강 작가는 이를테면 인형극의 내용보다는 인형을 조종하는 줄에 관심을 쏟는 작가다. “인간 세태의 사건이 아닌, 인간을 움직이도록 하는 힘에 주목한다”는 것이다.

그 힘은 때로 타인의 시선이기도 하고, 은밀한 곳에 자리를 잡은 세균이기도 하며, 날씨이거나, 내면의 동물이기도 하다. 자본이 흐르는 곳으로 몰리는 우리들은 풀을 찾아 이동하는 건기 세렝게티의 얼룩말 떼와 얼마나 다를까. 이러한 추적 가운데서 이성에 절대가치를 부여했던 근대의 신화는 해체된다. 탈근대로의 탈주가 시작되는 셈이다.

김강은 건물주조차 살기에 녹록지 않은, “가진 것 모두를 투자한, 부자가 아닌 사람들은 여유가 없었다.”라는 말이 통용되는 한반도 통일 이후의 생활을 그려낸다.(‘와룡빌딩’) 누군가에게 통일은 부동산 투기를 할 땅이 더 늘어나는 일에 불과하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에게는 전이나 후나 살아가는 것이 팍팍하기만 하다.

살아가는 일이 녹록지 않은 것은 무인도에서의 삶도 마찬가지다. 무인도에 조난당해 하루하루 구조를 기다리며 버티는 ‘나’의 일상은(‘월요일은 힘들다’) 그야말로 생존하기 위한 분투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그 끝은 똑같은 분투의 반복일 뿐이다. 가끔 일말의 기대에 사로잡히기도 하지만 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표제작 ‘소비노동조합’은 기본소득제가 시행된 가상미래‘황금시대’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전도된 생산과 소비의 역학, 채권자와 채무자의 권리를 논의의 장”으로 이끌어낸다. 이 같은 배경을 두고 고리대금업자를 화자로 내세운 설정이 흥미롭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사채업을 운영하는 ‘나’는 일관된 원칙으로 채무자들을 만난다. 그런 그를 당황하게 만드는 인물인 형진의 이야기는 더욱 흥미롭다.

형진은 ‘나’에게 빌린 돈으로 친구들과 기본소득 인상을 주장하며 기본소득부 장관 집무실을 점거하는 사건을 벌인다. 결국 체포돼 구치소에 갇히는 신세가 되어서는 자신의 직업이 ‘소비자’임을 강변한다.

김강 소설가
김강 소설가

“인간 세태의 사건이 아닌, 인간을 움직이도록 하는 힘에 주목”하는 작가라는 홍기돈 평론가의 말처럼 현대사회에서 발생하는 모순들의 틈새를 깊게 파고들어 시스템이 작동하는 방식을 들여다본다.

그는 “모순들의 틈새를 깊게 파고들어 시스템이 작동하는 방식을 들여다보고자 했다. 또한 현재 지배적이거나 곧 지배적이 될 담론들의 징후를 포착하고 깊숙이 들여다 보고자 했다”며 “그러나 무겁지 않게 경쾌한 시선을 유지하고자 노력했다”라고 했다.

부산에서 태어나 포항에서 내과의사·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강 작가는 단편소설 ‘우리 아빠’로 2017년 심훈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해 등단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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