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포스텍이 재정난을 겪어 국립대 전환을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는 교수, 직원, 재학생 뿐만 아니라 동문, 학부모, 명예교수 및 포항시민들, 포스텍을 아끼는 국민들 모두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사회에서 가볍게 논의된 사항이고 포스텍 총장의 해명성 메시지가 발표되었지만 여전히 이 보도의 충격은 가시지 않고 있다.

어떤 포스텍 재학생이 SNS에 올린 글에서 국립대 전환은 “포스텍의 카이스트 하위호환”이라는 말이 나온다. 포스텍의 카이스트와의 치열한 라이벌 관계에서 나온 단어이기에 충격적이다. 87년 개교한 포스텍의 기세는 서울대, 카이스트가 문제가 아니라 세계와 경쟁한다는 기개와 자부심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포스텍은 국내 1위라는 자부심이 확고했다.

1994년 한국 최초로 중앙일보 국내대학 랭킹이 발표되었고 포스텍 1위, 카이스트 2위, 서울대 3위가 신문지상에 대서 특필 되었다. 이 당시 입시처 자료에 의하면 동시합격자의 선택에 있어서 포스텍과 카이스트는 50:50의 호각세를 보였다.

2004년 영국의 QS-THE가 합동으로 세계랭킹을 발표하기 시작했고 세계랭킹의 표준모델이 되었다. 2007년 포스텍에 국제화위원회(UGC)가 발족되어 대학 랭킹에 절대 요소인 국제화에 대한 박차를 가했고 2010년 3월 포스텍은 영어공용화 캠퍼스 선언을 했다. 연이어 포스텍 경쟁력위원회(UEMC)가 발족되어 국제화와 국제평가를 통한 포스텍의 경쟁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야심찬 계획이 진행 되었다.

2010년 QS, THE가 분리되어 첫 랭킹을 발표했을 때 THE에 의해 포스텍은 세계 28위(카이스트 79위, 서울대 109위)로 단연 국내 1위로 발표되었다. 한국대학이 이룩한 최고의 랭킹이며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당시 포스텍은 국내 1위로 평가되면서 설립 50년이하 대학에서는 세계 1위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상황은 이후 변화했다. 본부의 분위기가 “평가가 왜 중요한가? 연구만 잘하면 된다. 미국대학들은 그런데 신경 안쓴다”로 바뀌면서, 상황은 변했다. 포스텍은 연구력과 평판도에서 하락하면서 세계랭킹에서 국내 1위 자리를 지키지 못했고 50년이하 세계대학 1위의 자리도 지킬 수 없었다.

카이스트-포스텍의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다. 대학의 경쟁은 스피드(연구)만을 측정하는 스피드 스케이팅이 아니며 종합예술을 다루는 피겨스케이팅과 같은 것이다.

이제 포항과 한국의 자존심 포스텍도 “응답하라 ! 2010”를 외칠 때가 되었다. 대학, 동문, 명예교수들을 어우르는 공동체를 만들고 연합 위원회를 만들어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 지혜를 모아야 한다.

세계 랭킹에서 이룬 최고 랭킹은 서울대 36위, 카이스트 39위이지만 포스텍은 28위이다. 여전히 포스텍은 세계랭킹에서 한국 최고의 기록을 갖고 있다. 포스텍은 이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