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안 진

주어에도 있지 않고

목적어에도 없다

행간에 떨어진 이삭 같은 낟알 같은, 떨군 채 흘린 줄도 모르는, 알면서도 주워 담고 싶지 않은, 그런 홀대를 누리는 자유로움으로, 어떤 틀에도 어떤 어휘에도 담기지 못하고, 어떤 문맥 어떤 꾸러미에도 꿰어지지 않는, 무존재로 존재하는

시간 안에 갇혀서도

시간 밖을 꿈꾸느라

바람이 현주소다

허공이 본적이다

존재의 근원에 대한 시인의 인식은 허망함과 허무에 가 닿아있음을 본다. 어떤 묶임이나 속박에도 자유로운, 무존재로 존재하는, 시간에 구속돼 있으면서도 시간 밖을 꿈꾸는 모든 존재들은 허공이 본적이라고 말하는 시인의 인식에 그것이 여실히 드러나 있음을 느낀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