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내 4월은/향기가 났으면 좋겠습니다//3월에 피었던 꽃향기와/4월을 기다렸던 꽃향기 고스란히 내 안으로 스며들어/눈빛에도 향기가 났으면 좋겠습니다//향기를 나누며/향기를 즐기며/아름다운 4월을 만들고//싱그러운 5월을 맞을 수 있게/마음을 열어 두어야겠어요//4월에는/한 달 내내 향기 속의 나처럼/당신에게도 향기가 났으면 좋겠습니다//마주 보며 웃을 수 있게/그 웃음이 내 행복이 될 수 있게” (윤보영, ‘내 4월에는 향기를’)

최근 필자를 가장 행복하게 만든 시이다. 중간에 생략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어 전문을 인용한다. 필자가 이 시에 매료된 이유는 필자가 원하는 학교 모습이 이 시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내(또는 나)” 자리에 “학교”를, “당신” 자리에 “학생”을 대입해서 읽어보면 필자의 마음을 이해할 것이다. 4월 학교에 행복이 넘치기를 바라면서 패러디한다.

“학교 4월은/향기가 났으면 좋겠습니다(중략) 4월에는 한 달 내내 향기 속 학교처럼/학생에게도 향기가 났으면 좋겠습니다//마주 보며 웃을 수 있게/그 웃음이 학교 행복이 될 수 있게”

향기가 나는 학교에서 학생들이 마음껏 웃으며 자신의 미래를 위해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는 모습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이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영화나 드라마에서조차 볼 수 없다. 그 이유는 학교에는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언론 기사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이 나라 학교 현장이 얼마나 살벌한지는 잘 알 것이다.

“지난해 극단적 선택을 한 청소년의 수가 10년 새 가장 많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학생들의 정신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중략) 학생 10만 명당 극단적 선택한 학생은 2020년 2.75명으로 2.71명을 기록한 2009년보다 높았다.”

학생들이 가장 행복하고, 가장 즐거워야 할 학교가 어쩌다가 학생들을 사지(死地)로 내모는 곳이 되었을까! 다음은 학생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유를 다룬 언론 자료이다.

“극단적 선택 추정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41.8%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우울 등 정신질환(12.8%), 가정불화(12.8%), 성적 문제(7.8%) 순으로 나타났다.”

이 자료만 보면, 학생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원인이 학교 밖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최선을 다해 얻은 자료일 것이다.

하지만 좀 더 세부적으로 분석해보면 순서가 크게 바뀔 수밖에 없음을 안다. 당장 학생들이 우울 등 정신질환을 겪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4월 들면서 학원과 독서실에 자리가 없다고 한다. 특히 독서설에 오는 학생의 학년이 많이 낮아졌단다. 그중에서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유독 많다고 한다. 중학교 첫 정기고사에 가위눌린 중학교 2학년 학생을 보면서 학교와 자유학년제의 모순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4월을 향기 넘치는 말로 시작하려 했는데 또 실패다. 지금부터라도 4월 학교에 향기가 났으면 좋겠다, 그것도 학생들이 행복한 향기가! 그러기 위해서라도 평가제도를 확 뜯어고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