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찰음식 전문가 허미경
포항 황해사 전통음식문화축제 7년간 진행
평생교육원 등서 강의 사찰음식 대중화 힘써

허미경 사찰음식 전문가.
“웰빙 식단이 별것인가요. 정성 들여 만들고 이토록 내어주는 자연에 감사하며 편안하고 즐겁게 먹으면 그것이 건강식이고 특별식 아니겠어요?”

사찰음식 전문가 허미경 씨. 스님들의 수행식으로만 내려오던 사찰음식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는 그는 오랫동안 식재료뿐만 아니라 조리법, 장 등 다양한 우리 밥상의 구성 요소 모두를 대상으로 확대해 연구해 오고 있다.

그녀의 우리 밥상에 관한 연구는 단순히 연구만이 목적이 아니다. 우리 밥상을 더 맛있고 건강하게, 쉽게 요리해서 많은 사람이 즐기고 활용할 수 있도록 공유하고자 하는 더 큰 목표를 갖고 있다.

“음식을 만드는 데 중요한 요소는 많지만 건강한 식재료 만한 열쇠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허미경 사찰음식 전문가를 3일 만나 사찰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사찰음식을 공부하게 된 배경이 있다면?

△전공이 식품영양학이어서 평소 요리를 좋아했다. 특히 한식은 가장 잘하는 분야라 그만큼 관심이 많았는데, 그러던 중 제철 재료를 활용한 건강식인 사찰음식을 접하게 되었다. 이후 홍승 스님께서 수업하는 곳을 찾아가 사찰음식 이론과 요리를 배웠고, 전문가반 및 지도자반을 거쳐 포항지회를 맡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사찰음식의 과거와 현재는 물론 식재료의 유래와 효능 등을 배울 수 있었다. 그러면서 이전에 전공으로 배웠던 영양학과 식품재료학 등을 좀 더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어 현재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조리교육 전공 석사 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사찰음식이 건강에 좋은 점은 무엇인가?

△사찰음식은 약이 되는 음식이라 칭하는데, 그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계절에 맞는 제철 재료를 활용하며, 자연의 맛과 향을 살리는 조리법을 사용한다. 따라서 재료의 상태가 굉장히 신선하며, 재료가 가진 영양 요소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둘째, 건강을 해치는 화학조미료가 아닌 천연양념류와 장류를 사용한다. 사찰음식은 주재료의 맛을 한층 더 살려주는 표고버섯, 다시마, 들깻가루, 찹쌀가루, 콩가루, 늙은 호박 등을 활용하여 만드는 천연양념류와 간장, 된장, 고추장, 소금 등과 같은 전통 장류를 이용한다. 또 우유를 제외한 동물성 식품 및 오신채라고 하는 다섯 가지 매운맛을 내는 채소인 파, 마늘, 부추, 달래, 양파를 쓰지 않는다. 이러한 조합으로 만들어지는 사찰음식은 곧 약이 되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사찰음식 중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요리가 있는가?

△요즘 같은 따사로운 봄에 나는 재료인 ‘냉이’를 활용한 요리를 소개하고 싶다. 냉이는 뿌리부터 꽃까지 버릴 것이 없는 식물로, 눈이 나쁘거나 간이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 좋은 재료다. 이처럼 몸에 좋은 냉이를 활용한 요리 중 쉽게 해 먹을 수 있는 요리는 바로 ‘냉이밥’이다. 냉이밥은 불린 쌀에 냉이, 표고버섯, 당근을 잘게 썰어 넣고 밥을 지어 간장양념에 비벼 먹는 음식이다. 재료 손질이나 방법이 간단해 가정에서 쉽게 해 먹을 수 있는 요리이니까 드셔보시길 추천한다.

-사찰음식을 하면서 가장 뜻깊었던 일을 소개한다면?

△매년 가을에 열리는 포항 황해사 전통음식문화축제에 참여해 많은 포항 시민들에게 사찰음식을 알린 것이다. 전통음식문화축제는 사찰음식 전시회와 시식을 통해 전통 사찰음식을 소개하고 맛보이는 자리다. 영광스럽게 7년 동안 도맡아 진행하며 수천 명의 사람에게 음식을 선보일 수 있었고, 그때마다 사찰음식의 시각적 아름다움과 건강한 맛을 즐기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꼈다. 또 이 행사에서 사찰음식에 대한 호기심을 느껴 많은 분이 배우러 오는 경우를 보며 사찰음식을 널리 알리는 작은 걸음을 실천하고 있다는 생각에 흐뭇했다. 이 외에도 기회가 될 때마다 사찰음식 강의 재능기부 봉사를 하는데, 그럴 때마다 제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잠시나마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낀다.

-사찰음식 수업은 어떤 내용인가?

△진행하고 있는 사찰음식 수업은 크게 3가지가 있는데 수업 내용이 모두 다르다. 첫째는 ‘학기제 수업’으로, 포항 황해사와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평생교육원에서 진행하는 전통음식 수업이다. 제철에 나는 재료로 가정에서 쉽게 해 드실 수 있는 요리를 가르치며, 수강 인원에 따라 조를 편성해 이론 수업 후 실습한다. 둘째는 ‘하루 특강’으로, 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소수 인원 수업이다. 장류, 정과, 떡, 장아찌, 부각 등 특정 테마를 정해 하루 단위로 진행되는 수업으로서 간단한 이론 수업 후 실습한다. 셋째로는 ‘자격증반’으로, 1년 과정으로 진행되는 수업이다. 전통 사찰음식과 관련된 유래와 재료의 효능 등을 심도 있게 배우며 더 다양한 레시피를 배우고 실습한다. 또 자격증반은 1년 과정을 수료하면 심사를 거쳐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사찰음식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상에 따라 우리의 식탁도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풍족하진 못해도 나름의 소박하고 담백한 음식을 차려 먹었다면, 지금은 바쁜 일상 때문에 차리기 편한 가공식품과 인스턴트식품에 길들여져 있다. 풍부하고 신선한 식재료를 더 쉽게 구할 수 있음에도, 인공 조미료와 맵고 짠 음식에 길들여진 입맛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잘못된 식생활에 대해 사찰음식은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관심이 있는 분들은 가정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자연 음식인 사찰음식을 배워서 요리해 드신다면 건강한 식습관을 갖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바람이 있다면?

△우선 지금 공부하고 있는 교육대학원 석사 과정을 잘 배우고 이수하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이다. 장기적인 목표는 현재 운영 중인 허미경의 자연밥상 연구소를 새로운 장소로 옮겨 좀 더 많은 분을 뵐 기회를 만들고 싶다. 그리고 그렇게 만난 인연들과 함께 재능기부, 봉사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사회에 선한 영향을 주고 싶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