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쥐’

나치 광기를 고발한 소설 ‘양철북’으로 199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독일 작가 귄터 그라스의 대표작 ‘고양이와 쥐’(문학동네)가 출간됐다.

그라스 작품세계의 핵심을 밀도 있게 담아내 독일 교육과정 내 필독서로 꼽히는 소설로, 한국에 처음 소개된 지 오십여 년 만에 새로운 번역으로 선보인다.

그래픽아트를 전공한 화가이기도 한 작가가 직접 그린 표지 일러스트는 고양이가 목에 맨 훈장을 시각적으로 부각시켜 작품의 주제를 가시화한다.

‘고양이와 쥐’는 나치 이데올로기가 사람들을 어떻게 전쟁에 동원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또 나치에 선동돼 ‘전쟁 영웅’을 동경하고 실상 사람 목숨값과 같은 기사십자 훈장을 최고의 자랑거리로 여겼던 민중의 무비판적이고 반성 없는 사고방식을 비판한다. 그리고 그 비판은 나치 점령기를 살아간 소시민들을 넘어 전쟁의 기억을 지우는 데 집중하던 전후 독일사회로 향한다.

그라스의 작품은 죄과에서 자유로운 듯 행동하는 독일인들을 향해 단호하게 말한다. 누구도 집단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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