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삼성코닝 구미공장 이어
최근 메그나칩도 주식매각 체결
600명 육박 근로자 일자리 위협
정부는 핵심기술 유출 점검 나서
노조 반대집회로 진통 이어질 듯

구미국가산업단지가 중국 자본에 잠식되고 있다. 구미산단은 삼성과 LG를 중심으로 세계적인 전자기술이 집적되어 있는 곳으로 기술 유출이 우려되고 있어 보안대책이 필요하다.

구미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시스템반도체 업체 매그나칩이 중국계 사모펀드 ‘와이즈로드캐피털’과 지난달 29일 주식 매각 체결을 발표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매그나칩 직원들은 국가 반도체 핵심기술 유출방지를 위해 중국 자본 매각을 막아달라고 촉구하고 나섰고, 지역 경제계도 충격에 빠졌다.

지난해 9월 삼성코닝어드밴스드글라스 구미공장 중국 업체 매각에 이어 지역에서만 벌써 두번째에 중국 자본 매각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와이즈로드캐피털은 현재 뉴욕 증시에 상장된 매그나칩 주식을 1주당 현금 29달러에 전량 인수할 계획으로 있어 총거래 규모는 14억 달러(약 1조5천828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와이즈로드캐피털은 주주 인수와 당국의 규제 승인 등 절차를 거쳐 올해 하반기에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매그나칩은 충북 청주시에 본사가 있고, 구미시에 생산시설을 두고 있으며, 전체직원 880여명 중 557명이 구미사업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지난 2004년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 구조조정 일환으로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부가 독립해 만들어진 회사로, 주력 생산품인 OLED 패널 구동칩이다.

매그나칩 측은 매각이 되더라도 임직원과 사업장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는 숙지지 않고 있다.

우선, 지난 2017년 국내 하이디스가 중국 기업에 매각된 후 하이디스 직원들은 실질적인 대량 해고 사태를 맞았고, 한국과 LCD 기술력이 10년 이상 차이가 난다고 했던 중국은 단번에 기술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면서 국내 LG 디스플레이 등 국내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매그나칩반도체 중국자본 매각을 막아달라는 국민청원이 지난 29일 올라 국내 기업들의 위기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청원인은 “반도체 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이자 국가 핵심기술”이라며 “정부는 이번 중국계 자본으로의 매각에 대한 승인을 불허해 국내 반도체 기술 유출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산업통산자원부는 최근 매그나칩반도체 측에 보유 기술에 대한 자료를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핵심기술을 수출하거나 외국인이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합병(M&A)하려는 경우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정부가 허가하지 않으면 매각이 무산될 수 있다는 뜻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요구되고 있다.

구미지역 한 경제단체는 “기업이 수익성을 고려해 매각하는 것을 무조건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문제는 매각한 이후 고용보장은 고사하고 대부분 대량 해고 사태가 발생했다는 점”이라며 “삼성코닝 매각 당시에도 노조가 삭발까지 한 이유이며, 정부는 지금과 같은 형식적인 고용보장이 아니라 현실성 있는 고용보장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매그나칩반도체 노조 90여명은 오는 5일 오전 7시부터 매그나칩 구미공장 정문에서 중국자본 매각 반대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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