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부동산 투기 재차 사죄
주거 현실 제대로 보지 못했고
세밀한 정책 못 만들었다 시인
“파리가 빌때 사과로 착각 말아야”
진중권, 조국 전 장관 어록 빗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이 31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부동산 투기와 관련,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재차 고개를 숙였다.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 명의의 사과로, 4·7 재보궐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읍소 모드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미워도 다시 한 번’ 전략으로 부른다.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은 31일 국회에서 대국민호소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여러분께 간절히 사죄드린다”며 “화가 풀릴 때까지 반성하고 혁신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민주당의 이 같은 ‘읍소 전략’은 분노한 민심이 3주 가까이 가라앉을 줄 모르면서 전통적 지지층까지 돌아설 조짐을 보인 탓이다.

이 상임위원장은 “국민 여러분께서 느끼시는 분노와 실망이 얼마나 크고 싶은지 아프도록 잘 안다”며 “국민 여러분의 분노가 LH 사태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성실하게 살아오신 많은 국민들께서 깊은 절망과 크나큰 상처를 안게 되셨다”며 “정부 여당은 주거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정책을 세밀히 만들지 못했다. 무한책임을 느끼며,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저의 사죄와 다짐으로 국민 여러분의 분노가 풀릴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여러분의 화가 풀릴 때까지 반성하고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또 “국민 열망에 제대로 부응했는지, 압도적 의석을 주신 국민들 뜻을 제대로 받들었는지, 공정과 정의를 세우겠다는 약속을 지켰는지 스스로 묻고 또 묻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직자가 부동산 투기에 곁눈질하지 못하고 공직자가 아니더라도 부동산 투기 유혹을 느끼지 못하게 하겠다. 성역 없는 수사, 부당이득 소급몰수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민주당의 이 같은 전략에 비판도 적지 않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어록인 이른바 ‘조만대장경(조국+팔만대장경)’을 앞세워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국민사과를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 전 대표를 겨냥해 “그의 얼굴이 파리로 보이는데, 나만 그런가”라고 썼다. 이는 이 전 대표의 이날 부동산 정책 등 국정운영 관련 대국민사과를 2010년 조 전 장관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게시글에 빗대 꼬집은 대목이다.

조 전 장관은 당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딸의 외교부 특채 문제로 사과하자 “고위직들은 무슨 일이 터지면 ‘사과’를 한다”며 “파리가 앞 발을 싹싹 비빌 때 이 놈이 사과한다고 착각하지 말라”고 SNS에 썼다. 조 전 장관은 또 “파리가 앞 발을 비빌 때는 뭔가 빨아 먹을 준비를 할 때이고, 우리는 이 놈을 때려 잡아야 할 때”라고도 썼다. /박순원기자

    박순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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