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진 영

옹벽 심벽

나무벽 돌벽 콘크리트벽

세상에 벽의 종족은 참 많지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깊고 두꺼운 것은

사람인 거라

그래서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도

생겨난 거라

그것도 모른 채 오늘도

수많은 벽들이 벽을 만나

더욱 깊고도 두꺼운 마음의 벽을

쌓고 있는 거라

벽이 벽을

만들고 있는 거라

TV다큐멘터리에서 삽날에 찍힌 뱀을 보고 쓴 이 시는 상처를 잊기 위해 떨어진 머리통을 버리고 훌훌히 떠나며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살다 보면 이런 망각과 회피가 새로운 자유로움과 반전을 가져다주는 때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