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한국토지주택공사의 부동산 투기 비리가 세상을 뒤흔들고 있다. 공기업 직원이 업무상 취득한 정보로 개발예정지 땅을 구매해 이득을 챙긴 범죄이다. 이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당사자뿐 아니라 친인척, 지인들의 투기 규모까지 드러나면 그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지도 모른다. 그 토지 개발 공사의 사장이 다시 국토교통부 장관에 임명되었다니 어안이 벙벙하다. 이번 부동산 투기에 연루된 직원은 농사를 짓거나 퇴임 후를 대비했다고 변명을 하고 있다. 이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고 국민적 분기만 탱천하고 있다.

국가 수사본부는 부동산 범죄의 수사 범위를 LH뿐아니라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를 발본색원 하기 위해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국회의원 여러 명이 개발예정지의 토지, 임야를 매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시장, 군수와 지방 의원들의 부동산 투기 사정도 드러나고 있다.

국수본에 따르면 수사 대상이 536명에 이른다고 한다. 정부가 고위 공직자 재산 등록을 받았지만 이에 대한 검증도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다. 곧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전모가 발표되겠지만 이 역시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높다. 가히 돈만 벌겠다는 투기 공화국의 참상이다. 이러한 투기광풍은 정부에 대한 강한 불신을 초래한다. 그 일차적 책임은 문재인 정부가 져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취임 후 최악인 30%대 초반으로 추락했다. 여당에 대한 지지도 역시 큰 폭으로 하락했다. 문재인 정부의 레임덕 현상이 급격히 증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부동산 투기만큼은 반드시 잡겠다고 약속했다. 우리도 일본처럼 부동산 가격이 거품이 되는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 정부하의 부동산 과열은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산된 상황이다.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는 완전히 땅에 떨어져 버렸다.

이러한 부동산 투기 현상은 일반 국민들의 가슴에도 멍이 들게 했다. 진보적이던 20∼30대가 반정부적 성난 세대가 됐다. 취업도 결혼도 못하고 집값만 오른 상황에서 희망마저 사라져 버린 것이다. 가령 어느 청년이 취직해 매월 100만원씩 저축한다 해도 서울의 5억원 짜리 전세를 구하려면 50년이 걸린다. 그러니 3포 세대가 늘어나고 놀고 있는 니트(Neet) 족이 늘어나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는 성실하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가슴에도 불을 지폈다. 평등, 공정, 정의를 앞세운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이율배반적인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러한 국민적인 분노가 정부와 정치에 대한 강한 불신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부동산 투기를 막지 못한 책임은 문재인 정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역대 정권의 누적된 과제이지만 현 정부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국회에서 부동산 투기방지를 위한 전 공무원 재산등록, 부당이익 환수 등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장기적인 방책은 헨리 조지의 토지 공개념을 헌법에 보장하는 것이다. 토지는 개인이 소유하되 그 개발 이익은 국민 복지에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주의식 토지 국유화와는 다르며 이미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대만 등에서 이를 헌법에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