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모 확인했지만 사건 경위
신생아 바꿔치기·공범 개입
사라진 아이 행방 못 밝혀
갈수록 미궁 속으로 빠져

구미 3세 여아 방치 사망사건이 발생한 지 50일이 지났지만, 친모가 당초 외할머니로 알려졌던 석모(48)씨란 것 외에는 아무런 진척도 없이 미스터리만 쌓여가는 형국이다.

지난 2월 10일 구미시 상모사곡동 한 원룸건물에서 3세 여아가 반미라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현재 정확한 사건 경위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은 3세 여아가 지난해 8월 초 원룸에 홀로 남겨진 지 6개월이나 지난 뒤에야 숨진 채 발견됐고, 유전자(DNA) 검사에서 친모가 외할머니로 알려졌던 석모(48)씨로 밝혀진 것이다. 유전자 검사 결과로 숨진 여아 친모가 외할머니인 석씨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사건 발생 후 한 달가량이 지나서다.

당시 경찰은 친모로 알려졌던 김모(22)씨가 딸 아이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구속될 수도 있다고 했는데도, 가족들의 반응이 일반적이지 않아 숨진 여아의 유전자를 확보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숨진 여아와 김씨, 김씨 전남편 등을 유전자 검사한 결과 친자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러나 석씨는 경찰 조사 등에서 줄곧 “출산한 적이 없다”며 유전자 검사 결과를 부정했고, 남편 A씨도 아내의 임신·출산 사실을 부인했다.

경찰은 “석씨의 요구로 유전자 검사를 다시 실시했지만 결과는 같다”며 유전자 검사의 신뢰성은 99.999%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유전자 검사 결과 외에는 다른 단서는 전혀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석씨 통화내역 및 금융자료 분석과 주변 인물 탐문, 범죄분석관(프로파일러) 투입에서도 뚜렷한 성과가 없다. 대구·경북지역 산부인과 등을 뒤졌지만, 석씨 출산 기록을 확인하지 못했고 바꿔치기로 사라진 아이 행방은 단서조차 없는 상황이다. 바꿔치기로 사라진 아이가 이미 숨졌을 가능성에 대비해 최근 2년간 변사체로 발견된 영아 사건도 재검토했지만,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석씨가 구미의 한 산부인과 의원에서 딸 김씨가 낳은 아이를 채혈 검사 전에 자신이 몰래 낳은 아이와 바꾼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모으고 있지만, 이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경찰이 신생아의 인식표가 끊어져 있는 사진을 증거로 내놨지만, 석씨 가족은 “출산을 기념해 찍은 사진으로, 인식표를 인위적으로 끊은 게 아니다”라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석씨가 병원 관계자 등 공범의 도움 없이 혼자 신생아를 바꿔치기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경찰은 지난 3월 17일 석씨와 김씨를 검찰에 송치하는 과정에서 마련한 기자회견을 통해 “숨진 여아의 혈액형은 김씨와 전남편 홍씨와의 사이에서 나올 가능성이 있는 혈액형”이라고 밝혔지만, 검찰 송치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의 사이에서 나올 수 없는 혈액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기자회견 당시 왜 이 사실을 제대로 밝히지 않았는지는 지금까지도 함구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미성년자 약취와 사체유기 미수 혐의를 받는 석씨의 구속 기간을 오는 5일까지 연장했으며, 3세 여아를 집안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살인) 등으로 구속기소된 딸 김씨는 9일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첫 재판을 받는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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