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부동산 투기에 국민 분노”… 고강도 근절 대책 발표
말단 등 “돈 없는데 웬 투기… 실책 전가… 범죄자로 몰아” 반발
대구공무원노조 “등록 의무화는 혈세만 낭비… 즉각 중단해야”

정부와 여당이 공직자 재산등록 범위를 모든 공무원으로 확대하기로 하자 공무원 하위직을 중심으로 공직사회가 뒤숭숭한 분위기다. 평소에 맡은바 업무에 충실하고 있는 대다수 공무원들이 일부 투기세력과 함께 공동정범으로 내몰리고 있는 데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하지만, 극히 일부는 투기하는데 하위고위직의 구분이 없는만큼 등록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소수의 목소리도 제기되는 등 공직사회가 재산공개 논란에 휩싸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오후 공직자 땅 투기 근절대책을 위해 재산등록 범위를 9급까지 모든 공무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주재하면서 “국민들의 분노는 드러난 공직자들의 투기행위를 넘어 더 근본적인 문제까지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막대한 부동산 불로소득, 갈수록 커지는 자산 격차, 멀어지는 내 집 마련의 꿈, 부동산으로 나뉘는 인생과 새로운 신분 사회 같은 구조적인 문제들을 손대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부동산 불공정거래 행위와 시장교란 행위를 금지하고, 상설적 감시기구로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설치하고, 투기 목적의 토지거래로 수익을 기대할 수 없도록 하며, 농지 취득 심사도 대폭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일반직 공무원은 국가·지방직 4급 이상, 경찰공무원은 총경 이상, 소방공무원은 소방정 이상 고위공무원 등을 재산등록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동산 투기를 계기로 공직자 재산등록을 100만 명이 넘는 모든 공무원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 정부와 여당 입장이다. 지난해 나온 행정안전부 ‘2020 행정안전통계연보’가 집계한 2019년 12월 기준 전국 공무원 수는 110만4천여 명에 이른다.

이렇듯 전 공직자 재산등록이 현실화하면 고위공무원단은 이미 재산등록을 시행하고 있는 만큼, 별반 무리없이 받아들이는 분위기지만 갓 들어온 9급 또는 6, 7급 등 하위직 공무원의 경우 불만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하위공무원들의 주장은 이번 투기의 경우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고위직이나, 도의원, 관련기관의 고위직 등 굵직한 인사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나, 굳이 9급인 최하위직까지 투기의 대상으로 단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불이 공직의 경우 건물신·증측 등 업무를 취급하는 시설직이나 행정직 중에서도 계약이나 회계, 인허가부서의 경우 재산등록의무가 시행중인등 장치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최하위직까지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전 공무원을 범죄자로 보고있다는 불만이다.

경북도청 공무원 A씨(8급)는 “현재 대댜수 공무원은 투기를 하려고 해도 돈도 없고 정보도 없어 할 수 없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투기대상으로 보는데 대해 비애감을 느낀다”며 “이번 조치는 만만한 공직사회 기강을 잡아 내년 지방선거를 대비한 민심달래기로만 보인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공무원 B씨(7급)는 “어려운 공무원시험을 거쳐 공직에 입문해 박봉에도 불구하고 사명감 하나로 살아가고 있는데, 일부세력의 잘못을 뒤집어 써 범죄집단으로 취급받고 있다는게 억울하다”며 “정부의 실책을 개인 및 조직에 전가하려는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토로했다.

한편, 대구공무원노동조합은 29일 공직자 투기 근절 대책으로 정부와 여당이 제시한 전 공직자 재산등록 의무화 중단과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기존 22만명을 넘어 150만명에 이르는 공직자들이 모두 심사 대상이 된다면 이에 따른 조직 증설과 인력 추가 배치는 불가피하고 부실심사가 필연적이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이어 “수사로도 충분히 부패 조사와 처벌을 할 수 있는 일에 국민 혈세를 또다시 낭비하려 한다”며 “공무원 노동자와 조직이 범죄집단이라는 사고의 전제가 아닌 다음에야 도무지 생각할 수 없는 정책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막무가내식 정책에 분노하며 재산등록 의무화를 즉시 중단하고 하루 속히 실효성 있는 정책을 수립할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창훈·이곤영기자

    이창훈·이곤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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