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태 <br>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봄의 잔치가 시작되는 모양새다. 전령으로 피어나던 매화, 갯버들에 이어 산수유와 진달래가 짙은 색감을 드러내더니 목련과 벚꽃이 우아하면서도 현란하게 꽃망울을 터트린다. 앞다투어 피는 것 같지만 앞서거니 뒤서거니 순서가 있고, 표연히 흩날리며 돋아나는 잎새에 미련없이 꽃자리를 양보하기도 한다. 군데군데 알록달록, 멀리 가까이 파릇 푸릇한 봄날의 산자락과 들녘은 온통 파스텔톤이다. 양광과 난풍 속에 바야흐로 환희 같은 자연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나무건 풀이건 봄날에 꽃을 피우고 움을 틔운다는 것은 생명력이 있다는 것이다. 땅 속에서 생명수를 찾아 뿌리가 쉼없이 물을 길어 올리고 자양분을 흡수하는 자생적인 일손을 멈추지 않았었기에 개화와 생동의 설레임을 맛보는 것이다. 얼핏 보면 당연하고 무덤덤한 것 같지만, 땅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뿌리에서 밑동, 줄기, 가지로 이어지는 물오름 작용이 끊이질 않았었기에 초목은 소생과 개화로 번성하는 것이다. 자연에 물이 오르고 만물에 생기가 도는 3월은 그래서 ‘물오름달’이라고도 한다.

식물에 있어서의 필수적인 물오름은 생명의 원천이요 성장의 근간이다. 그러나 뿌리를 통해 스며든 물이 가지 끝으로의 이동이 줄어든다거나 공급이 중단된다면 이내 시들거나 메말라 고사하게 될 것이다.

단순해 보이는 초목의 생장이 이럴진대, 하물며 인간에게는 다양하고 미묘하며 고차원적인 물오름 현상들이 얼마나 많을까 싶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각양각색의 물긷기(?)를 해가면서 자신의 삶을 채우고 새로운 나날을 맞이하는 것이리라.

어떤 뜻이나 꿈을 계속적으로 지켜나가기란 정말 만만찮은 일이다. 누구나 마음먹기는 쉬워도 꾸준한 실천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간에 회자되는 괄목할만한 일들은 대체로 수많은 반복과 지속이 만들어낸 각고의 결정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치 끊어질 듯 이어지며 거듭되는 물오름의 창조적 노력으로, 울음인 듯 웃음인 듯 신열로 복받치는 꽃망울처럼-.

비단 돋보이고 주목받는 시도가 아니더라도, 무슨 일이든 한 우물을 꾸준히 파게 되면 소기의 목표에 근접하고 최소한의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를테면 걷기, 자전거 타기 등 생활 속의 운동을 꾸준히 실천한다거나 독서, 시낭송 등 자신의 취향에 맞는 취미활동의 지속으로 보람을 느끼고 기쁨을 누려가는 일들은, 자신을 새롭게 키워가는 도전이자 약속인 것이다. 실제 필자의 주위에선 1년 이상을 여명 속에 맨발로 해변을 걸으며 일출을 맞이하고, 한편으론 해양 쓰레기까지 수거하는 플로깅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가 하면, 어떤 지인은 주말마다 맨발산행을 하기도 하고, 한 직장 동료는 새벽녘에 강둑을 어김없이 걸으며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반복은 기적을 낳는다고 했던가. 지속하는 습관과 반복하는 연습은 꿈의 현실화에 도움을 준다. 1만 시간의 법칙이 시사하듯, 끊임없는 연마와 꾸준한 습작, 지침없는 훈련을 통해 성취해가는 결실은 찬사와 아울러 사회적으로도 선한 영향력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