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지역 유력 인사 내사 확인
지번 쪼개고 2배 보상받은 의혹
당정 “모든 공직자 재산등록 등
투기 근절 제도화 수준 높일 것”
文, 오늘 고강도 메시지 가능성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LH가 추진 중인 대구 연호공공주택지구을 비롯해 대구 경북지역 공공택지 개발지구에 대한 경찰 조사가 본격화하면서 지역 유력인사들의 투기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더욱이 정부와 여당은 LH 사태 방지대책과 관련, 모든 공직자의 재산등록을 의무화하고 투기가 확인되면 재산을 몰수하는 내용의 입법을 추진하는 등 LH 사태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하고 있다.

대구경찰청은 언론과 시민단체로부터 제기된 대구 연호공공주택지구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지역 유력인사들의 투기 내용을 확인하고 내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경찰청은 지역의 유력인사인 A씨 등에 대해 연호지구 투기 의혹에 대해 내사 중이라고 2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2016년 연호지구 내 대지 1천400여㎡를 사들여 지번을 쪼개 주택 4채를 지은 뒤 연호공공주택지구 지정에 따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보상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이 보상받은 금액은 매입 당시 금액보다 2배가 넘었고, 사전에 보상을 염두에 둔 투기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경찰 관계자는 “제기된 의혹을 토대로 연호지구 내에서 실제 투기가 있었는지 사실 여부를 파악 중”이라며 “수사 초기 단계이고 수사 중인 사안이라 더는 말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우리복지시민연합 등은 성명을 내고 연호지구 개발사업 관련 투기 의혹의 진상과 책임 규명을 위해 경찰의 전면적이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정부와 여당은 대구 경북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공공개발사업과 관련한 부동산 투기 의혹이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지자 강력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민주당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은 28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4월 국회에서 공직자 투기근절 제도화 수준을 더 높이겠다. 모든 공직자가 재산을 등록하도록 추가 입법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대행은 “현행법으로도 공직자 부동산 투기의 부당이익을 몰수하고 있고 이미 추진 중”이라면서도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되면 몰수를 위한 소급입법에 나서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범죄수익은닉법도 개정, 개별법에 산재해 있는 범죄수익환수체계를 점검하고 환수 기준을 금융범죄 수준으로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대행은 이와 관련해 ‘원포인트’ 국회를 열어 이해충돌방지법을 처리하자고 국민의힘에 제안했다.

그는 “부동산거래신고법을 개정,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설치하겠다”며 △비공개 내부정보를 불법부당하게 활용하는 투기 △조직적 담합 시세조작 △불법중개 및 교란 △불법전매 및 부당청약 등 부동산시장 4대 교란행위 처벌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부동산거래신고법과 농지법도 조속한 논의와 처리를 당부드린다”며 “부정 축재를 위한 땅이 아닌 자연과 인간이 더불어 사는 땅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청와대에서 제7차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주재하고 투기 근절 메시지를 내놓을 예정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등 부동산 관계부처 국무위원들은 물론 검찰총장 대행, 국세청장, 경찰청장 등 사정기관장들도 참석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부동산 적폐청산 등 투기 의혹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력한 ‘정면돌파’ 의지를 밝히며 현재 정부 차원에서 이뤄지는 조사·수사의 엄정한 집행은 물론, 같은 사태의 재발 방지대책 마련을 강조할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김진호·심상선기자

    김진호·심상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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