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용 택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그루 서 있었지

봄이었어

나, 그 나무에 기대앉아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지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그루 서 있었지

여름이었어

나, 그 나무 아래 누워 강물 소리를 멀리 들었지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그루 서 있었지

가을이었지

나, 그나무에 기대서서 멀리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지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그루 서 있었지

강물에 눈이 오고 있었어

강물은 깊어졌어

한없이 깊어졌어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그루 서 있었지 다시 봄이었어

나, 그 나무에 기대앉아 있었지

그냥

있었어

사계가 흐르는 강가 미루나무 아래에서 느끼는 시인의 감정은 고독감과 슬픔이다. 강가에서 물을 응시하는 사람은 복잡한 현실을 벗어나 흐르는 강물에 동화돼 한없이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이리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