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버지가 자신이 키운 자식이 자신을 닮지 않았다는 생각에 유전자 검사를 의뢰했더니 DNA 불일치 판정을 받았다. 화가 난 아버지는 아내와 자식을 당장 내쫓았다. 그러나 훗날 그 결과가 DNA 검사과정의 실수였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아버지는 큰 번뇌에 빠졌다. 그러나 그들의 가족 관계는 이미 망가진 뒤여서 그 가정은 정상으로 되돌아갈 수 없었다.

이 이야기는 과학의 힘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줄 것 같지만 사람의 일이란 예측을 할 수 없을 때도 종종 있다는 것을 말해 준 것이다.

유전자 기술이 발달하면서 지금은 DNA 검사를 활용하는 일이 우리 사회에서 다반사로 이뤄지고 있다. 미제 사건의 해결과 실종자 수색, 친자 확인 등에 이르기까지 유전자 검사의 유용성이 높게 평가된다.

다양한 민족이 모여 사는 미국에서는 조상찾기 DNA테스트가 인기라고 한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나의 조상을 찾고 나아가 특정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을 미리 체크해 예방하는 수단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이른바 유전자 비즈니스다.

유전자 검사 기술의 발달로 강력 범죄의 진범을 찾아내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일도 있다. 대표적인 게 화성 연쇄살인 사건이다. 온 동네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이 사건은 33년이 지난 뒤에야 진범이 드러났다. 유전자 검사라는 기술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미국에서도 100년 전 사망한 머리없는 시신의 신원을 밝히는 데 DNA 검사가 공을 세웠다.

구미 3세 여아 사망사고가 미궁에 빠졌다. 친모로 지목된 당사자는 아기를 낳은 적이 없다고 하고 경찰은 DNA 검사를 내세워 친모가 아닐 확률이 0라 한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는데, 이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 자못 궁금하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