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대구시장
페놀 사고 30년 맞아 호소문
“구미 지역민 대승적 결단
정부가 문제 해결 나서야 ”
구미선 “정치적 망언” 강한 비판

지난 16일 권영진 대구시장의 ‘취수원 이전 호소문’을 놓고, 구미 지역의 여론이 타올랐다. 일각에서는 권 시장의 호소문을 ‘정치적 망언’으로 표현하며, 격앙된 분위기를 이어갔다. 반면, 대구의 시민단체는 권영진 시장을 더욱 압박했다.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대구안실련)은 “권영진 대구시장이 취수원 이전 문제를 위해 시장직을 걸어야 한다”고 했다.

17일 구미시민과 사회·경제계는 권영진 대구시장의 ‘취수원 이전 호소문’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앞서 권 시장은 지난 1991년 구미 공업단지의 두산전자 공장에서 발생한 페놀유출 오염사고 발생 30년을 맞아 호소문을 발표하면서 “대구 취수원 문제는 정부가 문제 해결에 전면에 나서야 한다”며 “해평 등 구미지역 주민들의 대승적 결단으로 오래된 물 문제를 해결하고, 대구권 광역철도 개통(2023년) 및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2028년)을 기회로 삼아 더 큰 미래로 함께 나아가자”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미 지역에서는 “대구시가 광역도시라는 이유로 막무가내 식으로 밀어붙이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구미시 범시민반대추진위원회와 구미시 민관협의회는 이날 반대 성명에서 “한국개발연구원이 2011년 타당성 없다고 결론 내고 구미시민이 반대하는데도 이를 계속 거론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대구취수원 이전 계획을 중단하고 낙동강 상·하류 지역이 상생할 방안을 강구하라”고 했다. 또 “수질 측면에서 대구와 구미가 2급수로 차이 없고, 수량적 측면에서는 구미보다 하류인 대구가 풍부한데도 취수원 이전에 왜 이렇게 집착하느냐”며 “30년 전 수질사고 언급은 지역갈등만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구미의 경제단체 관계자도 “낙동강에 구미공단만 위치해 있는 것도 아닌데 대구시는 매번 똑같은 이유로 대구취수원 구미이전만을 고집하고 있다”며 “이는 누가 보더라도 정치적인 이유 말고는 상식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말로는 상생을 외치면서 광역도시라는 위치로 구미시를 협박하고 있는 꼴”이라고 비꼬았다.

구미시도 마찬가지다. 구미시는 ‘대구시의 취수원 이전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30년 전 발생한 페놀유출사고 이후 대구시는 국내 최초로 고도정수처리시설을 도입했고, 원수 및 정수에 대한 검사항목도 국내 최다 수준인 300여 개 항목에 대해 진행하고 있으면서 먹는 물 불안을 이야기 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권영진 대구시장이 내놓은 연간 100억원 규모의 상생기금 지원에 대해, “대구시가 돈을 쓰지 않기 위해 대구 시민들에게 물 이용금에 대한 부담을 전가하는 잘못된 정책”이라고도 비판했다. 상생기금은 대구시가 낙동강수계기금 지출 항목에 ‘상생기금’이라는 지출 항목을 신설해 대구시민이 내는 수도세에서 구미에서 취수한 물이용 부담금으로 조성되기 때문이다.

구미시와는 달리 대구의 시민단체는 취수원 이전을 강하게 요구했다.

안실련은 이날 성명을 내고 “낙동강 페놀 사태가 발생한 지 30년이 지났지만 대구의 수돗물 문제는 여전히 답보 상태”라며 “대구시와 경상북도, 구미시는 취수원 다변화를 통해 안전한 물을 공급해야 한다”고 했다.

대구안실련은 “대구 시민은 지난 1991년 페놀 사태 이후 총 12차례에 걸친 수돗물 사태로 안전을 30년 동안 위협받고 있다”며 “특히 취수원 상류인 구미공단에서는 오·폐수 발생량도 하루 수십만t 이상 발생한다. 깨끗한 수돗물을 마시기 위해서는 양질의 원수를 확보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공단과 대구취수장 사이의 거리가 짧아 오염원이 자정되지 않고 정수장으로 유입되고 있다”며 “대구시민들에 대한 배려와 지역 상생 차원에서 조속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구안실련은 “먹는 물 문제만큼은 지역 간 문제가 아니므로 ‘낙동강 통합 물관리 방안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 주도 하에 갈등 해소 방안과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권영진 대구시장은 30년 끌어온 수돗물 문제 해결을 위해 시장직을 걸고 구미 시민과 해평 주민 설득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락현·박순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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