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대 호

동쪽으로 걷는데

산 위에서 환히 웃으며 솟는 얼굴

내 어린 날 벼 베고 돌아오는 어머니의 얼굴

머릿수건을 벗어 치마의 먼지를 털며

골목으로 들어서는 환한 얼굴

온 들의 벼가 넘실대는 얼굴

한 해의 노동이 익어서 돌아오는 얼굴

시인은 둥그렇게 떠오르는 보름달과 힘겨운 농사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어머니의 모습이 겹쳐진 평화롭고 안온한 풍경 하나를 보여주고 있다. 산 위에서 환히 웃으며 솟는 보름달과 벼를 베고 돌아오는 어머니의 환한 얼굴은 똑 닮아있는 것이다. 평온과 풍요로운 분위기가 가득하게 스며 있기 때문이다. 시인의 순정하고 천진무구한 심성을 읽을 수 있는 시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