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손경찬의 대구·경북人
▒ 빛명상학회 정광호 회장

정광호 회장은 “인간은 누구나 빛을 타고 난다”고 말한다.

빛명상의 ‘그림찻방’에서 정광호 회장을 만났다. 정 회장은 명상을 말하기 전에 그림을 한 장 펼쳐놓았다. 눈 내리는 겨울밤에 아이들이 사랑채에 모여앉아 할머니의 얘기를 듣는 그림이었다. 쌀가루 같은 눈이 푸짐하게 쌓인 길목에 찹쌀떡 장수가 어깨에 목도를 메고 간다. 춥고 배고프던 시절, 기나긴 겨울밤에 ‘찹싸알~ 떠억~’ 하는 외침이 골목에 울려 퍼진다. 정 회장은 소싯적의 추억으로 아름다운 나눔을 떠올린다. 감나무집 광호가 찹쌀떡 장수를 부른다. 그 소리에 동네 아이들이 잠옷 바람으로 뛰어와 찹쌀떡으로 반짝 잔치를 벌인다. 나눔은 가진 게 많은 이가 베푸는 선의라기보다 봄날의 따사로운 햇살처럼 마음이 넉넉하고 풍요로운 사람이 풀어놓을 수 있는 정성어린 소박함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주 만물의 모든 물질이 흙, 공기, 불, 물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다. 인간의 몸을 이루는 70%의 원소가 물이고, 숨결마다 들이마시는 것이 공기이고,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두 발로 딛고 서 있는 것이 흙이니 사람을 이루는 4대 원소가 곧 우주 만물을 이루는 물질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러면 불은? 불은 인간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정 회장이 풀어주신다.

 

“삶을 살아가는 동안
세속적인 욕심과 탐욕에 가려진
인간의 원초적인 마음의 빛을 찾아내고,
거기에 또 다른 빛을 더함으로서
인간 본연의 순수함을 찾아가게 도와주는 것이 명상이라고…”

“빛명상이라고 하셨는데, 그 빛의 근원이 무엇입니까?”

“초월적인 우주의 힘이죠. 일반적인 태양의 빛이나 초능력과는 다른 우주의 힘이라고 해야 할 초광력(超光力) 에너지입니다.”

정 회장은 어릴 때부터 20년 동안 복사생활을 한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그런 그가 빛의 능력으로, 죽어가던 성소국장 신부님과 위암말기로 위독한 상태에 있던 수녀님을 일으켰다. 그것도 범인(凡人)은 눈으로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는 초광력 에너지의 힘으로. 믿기 어려운 얘기지만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신 일이라는 사실에 귀가 솔깃했다.

“그 얘기 좀 해주세요.”

“추기경님이 비행기를 예약해두었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무슨 일인가 하고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갔어요.”

빛으로 기적을 행한다는 소문을 들었다며 김수환 추기경님이 정 회장을 부른 이유를 말했다. 의학적으로 한계가 온 사람이 있다며 추기경님 앞에서 직접 기적을 행해보라고 하셨다. 방으로 들어가니 시체에 가까운 사람이 누워 있었다. 안되면 그냥 가도 괜찮다고 하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기도를 한다거나 이상한 의식을 행하는 일련의 과정도 없이 정 회장은 환자에게 다가가서 ‘일어나라!’ 하고 어깨를 탁 쳤다. 그리곤 다 끝났다며 일어서서 집으로 왔다. 다음날 아침 출근길에 김수환 추기경님의 전화를 받았다. 부랴부랴 올라갔더니 죽었던 사람이 깨어나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가 말했다. 영혼이 육체를 벗어나서 어둠의 터널을 걷던 중에 누군가 어깨를 탁 치며 일어나라는 말이 들려서 깨어났다고. 그러자 눈앞이 환해지며 깨어나게 되더라고. 정 회장은 그 기적을 책에 올려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 기적이 실제로 가능한가요?”

“사람은 누구나 빛을 타고 납니다. 빛의 마음으로 세상에 오는 가장 순수한 상태, 그게 바로 빛마음입니다.”

정 회장은 다만 인간의 심부에 깃들어 있는 빛마음을 빛의 도움으로 일깨워주는 거라고 했다. 빛마음과 빛의 길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삶을 살아가는 동안 세속적인 욕심과 탐욕에 가려진 인간의 원초적인 마음의 빛을 찾아내고, 거기에 또 다른 빛을 더함으로서 인간 본연의 순수함을 찾아가게 도와주는 것이 명상이라고 했다. 정 회장이 행한 기적은 ‘빛’의 힘이고 우주의 신비인 초광력의 힘이라고 알기 쉽게 설명해주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빛은 공기처럼 세상 곳곳에 스며들어 만물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김수환 추기경님은 성소국장 신부님을 일으킨 기적을 ‘그분으로부터 오는 특별한 성총’이라고 하셨다. 고통 받는 사람들과 세상의 아름다움을 위해 아낌없이 쓰고 오라는 그분의 당부라고 확신하시며. 김수환 추기경님이 정 회장에게 오래 간직하고 계시던 로사리오(묵주)를 주신 건 그런 의미이리라. 그 묵주에 추기경님의 문장이 새겨져 있고, 마더테레사 수녀님에게 받은 타원형의 푸른 성모패가 달려 있었다. 추기경님이 정 회장에게 그 소중한 성물을 주신 건 좋은 일을 더 많이 하며 나눔을 실천하라는 부탁일 것이다. 신이 어떤 이에게 특별한 능력을 주신 건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두루 도우라는 진언이다. 재물 역시 마찬가지다. 하느님이 세상 곳곳을 일일이 살필 수 없어서 당신을 닮은 사람에게 능력을 주어서 세상을 도우라 하신 거라 여겨진다.

“빛을 언제 어떻게 만나셨어요?”

“1986년도에 호텔 지배인으로 승진하고 직원들과 화왕산에 갔어요.”

등산을 하려던 중에 정 회장은 활활 타오르는 산불을 보았다. 분명히 산불이 났는데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그 불이 보이지 않았다. 긴가민가하며 산을 오르던 중에 다시 불이 보였다. 생각다 못해서 정 회장은 일행과 헤어져 다른 방향으로 산을 오르다 마침내 빛을 만났다. 그것은 일반적인 불이 아니라 태양이 바위 위에서 빙글빙글 돌며 끓는 것 같은 커다란 빛의 덩어리였다. 온 산에 향기가 감돌며 빛이 반짝거렸다. 그는 바위 위의 빛 속에 올라앉았다. 한 시간쯤 앉아 있었던 것 같았는데 불과 오 분도 걸리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렇게 빛을 만나고 난 후, 신기하게도 과거와 현재, 미래가 슬라이드처럼 한순간에 스쳐 지나가는 이상한 현상이 일어났다. 그게 시작이었다. 정 회장이 빛을 행하기 시작한 것이.

“빛만남이 종교와 밀접한 관계가 있을까요?”

“빛명상은 종교나 과학과 별 연관성이 없고 교리도 없습니다. 내게 있어서 빛은 생명의 근원이고 창조의 원천일 뿐입니다.”
 

‘행복 쌀가루 쌓이는 밤’. 김창배 화백의 그림에 정광호 회장이 글을 썼다.
‘행복 쌀가루 쌓이는 밤’. 김창배 화백의 그림에 정광호 회장이 글을 썼다.

실은 자신도 그 빛이 초월적인 우주의 힘을 뜻하는 ‘초광력’이라는 것밖에 더 아는 것이 없다고 겸손하게 말한다. 그 초광력은 인간의 유한한 인식 밖에 존재하는 무한의 힘이고, 자신은 그저 빛의 힘을 전달하는 안테나에 불과하다고. 그러면서 정 회장은 도로의 신호등을 예로 든다. 신호등이 기존의 질서에서 이탈하면 도로가 엉켜서 혼돈이 일어난다며 빛의 섭리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우주의 순환에는 그 나름대로의 질서가 있다. 선과 악, 사랑과 자비를 넘어선 순수 그 자체의 무한한 힘이 생명 근원의 빛이라 했다. 우주의 무한함이 바로 창조의 힘이고, 인간의 내면에 내재된 그 힘을 끌어내는 빛이자 초광력이라고.

“선생님은 빛명상의 궁극적인 목적을 어디에 두십니까?”

“인간의 본질 속에 내재된 순수함을 회복하고, 사랑의 나눔을 실천하는데 목적을 둡니다.”

땅 속에 묻혀 있는 다이아몬드를 캐듯이 영혼과 육체의 불순함을 걷어내고 태초의 순수함을 회복하며 초자아적인 우주의 섭리를 찾아가는 행위라고 할까. 빛명상으로 건강을 잃고 고통 받는 사람들을 도와주며, 우연히 받게 된 빛의 은혜를 통해 나눔을 실행한다는 그 겸허한 실천이 아름답다.

정 회장은 지금까지 수많은 이들이 제안한 부귀영화의 유혹을 거절했다. 그저 사람들이 자신을 통해서 빛이라는 초자연적인 우주의 섭리를 만나고 심신의 건강을 되찾는 것이 기쁘다고 한다. 살아가며 욕심과 탐욕, 이기심의 때가 낀 내면을 빛명상으로 갈고 닦아서 마음의 원형을 되찾게 하는 것이 바로 빛명상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한다. 초자아적인 우주의 섭리를 깨달아가는 명상의 과정은 부모에 대한 감사를 시작으로 자연을 비롯한 모든 것에 대한 감사함을 찾아가는 길이며, 인간이 뿌리를 찾는 일이라고 했다. 참새도 물 한 모금 마실 때마다 하늘을 올려보며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명상으로 불안의 뿌리를 완전히 걷어낼 수 있겠느냐고 물어보지 못했다. 일이 술술 풀릴 때도 인간은 알게 모르게 불안의 추격을 받지 않는가. 그것은 어둠처럼 음의 기운으로 인간 속에 스며들어 자신감을 잃게 하고 곧잘 후들거리게 만든다. 명상으로 초자아를 만나서 자신을 돌아본다면 불안의 원인을 알 수 있고, 잃었던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이번에 출간한 명상 에세이 ‘빛향기와 차명상이 있는 그림찻방’ 책에 씌어 있는 대로 인터넷 빛명상을 열어놓고 빛명상의 자세를 갖추고 나도 모르는 초자아를 찾아가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자기 속의 또 다른 자기를 찾아서 대화를 나눈다면? 하늘을 향하도록 손바닥을 펼치고 양쪽 무릎 위로 손을 살짝 들어 올린다. 코끝을 바라보듯 두 눈을 천천히 감는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명상을 시작한다. 살아 있음에 대한 감사와 자신을 세상에 있게 해주신 부모님과 선조들에 대한 감사를 시작으로 숨을 깊숙이 들이마시면 ‘경천애인(敬天愛人)’의 길이 보인다. /글 장정옥 소설가

(199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2019년 김만중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