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코인 호황에도 소외된 서민
일확천금 꿈꾸며 로또 구매 열풍
지난해 판매량 4조7천370억 건
하루에 130억씩 팔려 ‘사상 최대’

지난 13일 포항시 북구에 위치한 한 로또 복권 판매점에 시민들이 복권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안 될 걸 알면서도 매주 구매해요. 내 인생을 한방에 바꿔줄 유일한 방법이니까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기침체로 복권 판매점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불황 속에 이른바 ‘로또 대박’을 꿈꾸는 이들이 많이 늘어난 것이다.

15일 포항시 북구에 위치한 한 로또 판매점. 이곳은 포항에서 로또 1등을 가장 많이 배출한 ‘로또 명당’으로 시민들 사이에서 소문이 나있다. 해당 가게에서는 로또 당첨자가 1등 9명, 2등 33명이 나왔다. 평일임에도 가게는 로또를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로또를 구매한 이들의 얼굴에서는 묘한 기대와 설렘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로또를 구매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집과 재테크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올해 초부터 매주 복권을 구매하기 시작한 정진수(23·북구 죽도동)씨는 “취업도 힘든데 정작 취업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월급을 받아서 내 집을 장만하려면 수십 년 동안 돈을 한 푼도 안 쓰고 꼬박 저축만 해야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을까 말까 하다”며 “‘흙수저’가 지금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는 로또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흥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50)씨도 “코로나 때문에 장사를 쉰 지 6개월이 넘어가고 있는데, 다달이 나가는 건물 임대료와 관리비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빚이 생긴다”며 “주위 사람들은 주식과 비트코인에 투자해서 돈이 돈을 벌고 있다고 하던데, 나 같은 사람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투자가 로또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년째 로또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지난해 1등 당첨자가 우리 가게에서 나왔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좋은 기운을 받겠다는 사람들이 몰리며 매주 토요일이면 로또를 사려는 사람들이 가게 밖까지 줄을 서고 있다”며 “코로나19로 모두 힘든 시기에 서민들에게 로또는 희망이고, 단돈 천 원으로 살 수 있는 행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전국의 로또 판매량은 로또복권 판매가 시작된 2002년 이후 역대 최고 기록인 4조7천370억건을 달성했다. 이는 2019년 4조3천181억건, 2018년 3조9천687억건보다 각각 10%, 19%가량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로또 하루 평균 판매량은 1천297만8천93건으로 집계됐다. 로또 복권 1장의 가격이 1천원임을 감안하면 하루 평균 판매량은 약 129억7천800만 원이나 된다.

박정호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는 “복권은 경기가 하강할 때 잘 팔리는 ‘불황형 상품’으로 불리는데, 시민들이 지난해 코로나로 인해 발생한 경기침체와 대규모 실업 사태 속에서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투자 방법의 하나로 로또로 선택한 것 같다”며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된다면 로또의 판매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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