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태 <br>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모든 생물체의 움직임은 자극과 반응으로 이뤄진다. 무엇을 보거나 듣거나 맡거나 먹거나 하는 등으로 주변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대상을 느끼며 외부를 인지하는 것들은 모두, 생물체 고유의 감각기관의 작용에 의해서 나타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사람이나 동물의 몸에서 외계의 현상을 받아들여 뇌에 전달하는 시각, 후각, 청각, 미각, 촉각 등의 감각기관은, 외부 자극에 변화하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내부적으로 신호를 보내고 반응하며 동작이나 행위를 하게 된다. 이를테면 기쁨과 노여움, 슬픔과 즐거움(喜怒哀樂) 등을 느끼는 것들은 순전히 대상물이나 주변 상황에 따른 신체반응의 결과물인 셈이다. 인간은 감정적 또는 이성적인 동물이기에 외부 자극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의식적이나 무의식적으로 움직이고 표현하게 된다. 외부 현상에 의해 다양하게 표출되는 인간의 무수한 감정은 개인의 인격이나 행동, 가정과 사회생활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좋은 감정은 뇌활동을 활성화시키고 건강에 도움을 주며 긍정과 발전의 방향으로 꾸준히 이끌어 주기도 한다.

어쩌면 그래서 예술이 탄생했는지도 모른다. 멋진 경치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 누구나 감탄하거나 호감을 가지게 된다. 미적(美的) 가치를 형성하는 인간의 창조활동인 예술은, 세상을 밝고 새롭고 향기롭게 하며 아름다움으로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이 본질이다. 오묘하고 무진한 예술은 보이지 않은 세계를 열어주고 복잡다단한 현실을 정화시켜 주기도 한다. 사람들은 예술품과 예술세계를 통한 감정이입으로 대리만족이나 생각을 새롭게 하고 깨우침과 발돋음의 계기로 삼으며 마음을 다듬고 넓히기도 한다.

창작의 예술품을 거리에서 만나고 생활 속에 스미게 하면 어떻게 될까? 예컨대 가로등이나 간판의 스타일을 이채롭게 하고 벤치나 건축물의 외형을 예술적으로 디자인해서 적용한다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한결 새로움을 더하고 흥미와 감각을 부추길 것이다. 정형화, 획일화돼가는 도시에 신선한 문화의 바람이 일고 색다른 볼거리가 늘어날 것이다.

예술과 접목되는 일상은 이미 오래 전부터 추구해왔고 현재도 계속 진행되는 테마가 아닐까 싶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같은 이색 건축물이나 로테르담의 초대형 예술품 같은 마켓홀 이색 시장, 통영의 동피랑 벽화마을 등을 비롯하여 하프현 같은 다리, 상징성이 가미된 벤치, 조형미가 곁들여진 간판 등은 마음을 한결 넉넉하게 하거나 재미난 스토리를 엮어내게 만든다. 평범하고 사소한 부분에서 오브제 같은 작품이 출현한다면 다채로움과 경이로움을 더해줄 것이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전시되는 예술작품도 나름 가치가 있겠지만, 실용성이 어우러지고 대중성을 더해가는 예술이야 말로 더욱 친숙하고 가까이서 향수하게 될 것이다. 일상에서 예술을 만나고 예술이 일상화 되듯이, 자연미와 더불어 예술미가 묻어나는 작품들이 도처에 즐비하다면 코로나로 지쳐가는 심신이 조금이나마 위무되고 힐링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