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철 문

비 갠 날 지렁이 두 마리가 장다리 밑둥에서

몸통 한쪽을 서로 잇대고

근육운동을 한다

엉긴 데가

붉다

집게를 가진 검은 갑각류 두 마리가

이쪽 고추밭머리에서

지렁이 한 마리의 양끝을 물고

줄다리기를 한다

가운데가 뚝 끊긴다

키 큰 장다리꽃 무리가 노랗다

비가 갠 날 시인이 포착한 섬세한 장면 하나가 무척 이채롭다. 장다리꽃 밑동에서 벌어지는 지렁이와 갑각류의 필사의 싸움을 그리고 있는데, 생존을 위해 온몸으로 세상에 맞서는 질긴 생명력의 민초들의 삶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