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1960년대를 전후하여 신생 독립국에서는 군부 쿠데타가 빈발했다. 1952년 이집트 자유 장교단 소속 나세르가 주도한 군부 쿠데타는 쿠데타의 모델이 되었다. 그 후 아시아 아프리카의 신생 독립국의 군부 쿠데타는 유행처럼 번져 갔다.

우리나라에서도 4·19혁명 이후 1961년 박정희 소장의 5·16에 이은 전두환의 12·12 쿠데타가 있었다. 쿠데타(coupd’Etat)는 군부가 물리력으로 정상적인 정권을 전복 탈취하는 행위를 말한다. 어느 쿠데타나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부패 청산, 정치혁명이라는 명분을 앞세운다.

미얀마 쿠데타의 참극은 우리의 두 차례 쿠데타를 회상케 한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 의원 선거 결과에 불만을 갖고 정권을 전복하였다. 미얀마 독립영웅의 딸 아웅산 수지는 감금되었고 관련자 1천700여명이 구금되었다. 5·16 쿠데타 세력이 민주당 정부의 장면 총리를 연금하고 수많은 정치인들을 구금한 사실과 대동소이하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한 민간 정권을 전복하고 새로운 정부 수립을 위한 선거를 약속하고 있다. 우리나라 5·16 쿠데타 세력이 부정부패를 일소하고, 양심세력에게 권력을 이양하겠다는 공약과 거의 같다.

미얀마 군경은 쿠데타에 반대하는 청년학생들을 무자비하게 총살하고 있다. 미얀마의 평화적인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고 있다. 일부 공무원과 교사들이 파업에 동참하고 승려 200여명의 시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일요일 38명의 시위자들이 거리에서 조준 총탄에 희생되었다. 19세 소녀 치알 신은 ‘다 잘 될 거야’라는 조끼를 입은 채 사살 되었다. 그녀는 미얀마 민중 항쟁의 상징이 되고 있다. 쿠데타의 부당성을 폭로한 UN 미얀마 대사는 군부정권에 의해 전격 해임됐다.

미얀마 쿠데타 정권은 스스로 탈취한 권력을 절대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손가락 세 개를 편 시민들의 극한적인 반대시위는 계속될 전망이 우세하다. 이러한 대치 상황이 계속된다면 미얀마의 민주화를 외치는 시민들의 희생은 더욱 커질 것이다. 미얀마 군부는 극한적인 대치 상황에서 ‘국민 대학살’을 자행할 지도 모른다. 곧 계엄령이 선포되고 수많은 시위자가 체포 구금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러한 쿠데타가 미얀마에서 재발한 것은 그들의 정치적 후진성을 노출한 것이다.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는 어떤 명분으로도 용인 될 수 없지만 이를 저지할 처방이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미얀마의 민주화 세력은 국제적인 연대와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우리가 과거 암울했던 시절 국제 앰네스티에 지원을 호소한 것과 같다. 그러나 유엔도 미국도 미얀마 군부를 비판하면서도 직접적인 개입은 꺼리고 있다. 불행히도 인접 중국은 미얀마 군부의 정치 개입을 묵인하고 오히려 지지하는 입장이다. 미얀마 무역의 40%, 투자의 38%를 중국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도 과거 미국의 국익에 반하지 않으면 후진국의 쿠데타를 승인한 전력이 있다. 미얀마 사태가 심각한 상황이다. 유엔 인권 위원회는 미얀마의 인명피해를 막는 긴급조치라도 취해야 한다. 후진국의 민주주의는 피를 흘리지 않고 성공할 방도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