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어리가 어린 딸에게
종달새를 먹인다

어린 딸이 마루 끝에 앉아
종달새를 먹는다

조잘조잘 먹는다
까딱까딱 먹는다

벙어리의 어린 딸이 살구나무 위에 올라앉아
지저귀고 있다 조잘거리고 있다
벙어리가 다시 어린 딸에게 종달새를 먹인다
어린 딸이 마루 끝에 걸터앉아 다시 종달새를 먹는다

보리밭 위로 날아가는 
어린 딸은
밀짚모자 쓴 벙어리가 고개 한껏 쳐들어
바라보고 있다

시인은 특유의 상상력으로 시를 끌어가고 있다. 벙어리 엄마가 어린 딸에게 종달새를 먹여 진정한 소통의 순간을 맛본다는 것이다. 언어를 잃어버린 벙어리가 재잘재잘 울어대는 종달새를 매체로 현실적 한계 혹은 문명적 제한을 초월하려는 시인정신을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