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금 연주자 박종현
경주 향산재서 후학 양성
“우리 전통악기 대금과
사람들을 잇는 가교 역할 하고파”

박종현 대금 연주자.
“대금은 자연의 소리와 가장 닮은 소리를 내는 매력적인 악기이지요.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이 제일 큰 특징이기도 합니다.”

대금에 전통음악의 멋과 기품을 담아내는 박종현 대금연주자는 경주세계차문화대축제 등 지역의 무대에서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국악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인 대금을 32년간 연주해 왔다.

경주 향산재 대금 공부방에서 후학을 가르치고 있는 박종현 대금연주자는 학생들이 흥미를 잃지 않고 끝까지 함께 갈 수 있도록 격려와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그만의 교육철학을 실천해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금 한 소절로 코로나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이웃을 위로하는 삶이 정말 행복하고 감사하다는 박종현 대금연주자를 8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함께 나눴다.

-대금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1970년도 초반 중학교에 다닐 때 신문 배달을 하며 학비를 충당했던 때가 있었다. 신문에 연재되는 소설 속 주인공이 단소를 취미로 연주하고 연습하는 장면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그 소설 속의 주인공처럼 단소를 배워서 연주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서 80년대 말 포항 해맞이공원 인근에 단소를 가르쳐주는 곳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간 곳이 대금을 제작하고 강의하는 곳이었다. 그때 운명적인 만남은 시작되었고 처음 대금을 공부한 계기였다. 그러니까 1989년도에 대금 공부에 입문을 시작한 것이다.

-대금을 연주했을 때 가장 보람된 경험이 있다면.

△수업이 끝난 시간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대금을 연습하고 있었는데 5학년 학생이 엄마 손을 잡고 저녁 운동을 하러 나왔다가 대금 소리가 너무 좋다고 하면서 대금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을 한 적이 있다. 그 인연으로 잠시나마 길잡이를 해준 경험이 있는데 전통 악기인 대금을 공부해보겠다는 어린 학생의 마음이 참으로 기특하게 생각되었다. 우리의 고유문화를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는 생각에 대금을 배우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대금이란 어떤 악기인가.

△통일신라 시대부터 연주되었던 3현 3죽 즉 거문고, 가야금, 소금, 중금, 대금이라는 악기들 가운데 하나다. 젓대라고도 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횡적이다. 대금에는 정악 대금과 산조대금이 있는데 정악 대금은 궁중음악과 정악에 사용되었고 산조대금은 대금산조나 민속무용 반주 등에 사용된다. 편종이나 편경처럼 고정음을 가진 악기가 편성되지 않은 협주곡을 연주하기에 앞서 악기들이 대금에 음을 맞춘다. 대금은 누런 황죽이나 양쪽에 골이 파인 쌍골죽으로 만드는데 특히 쌍골죽은 좋은 재료이기에 소리가 좋다.

-대금의 역사를 소개한다면.

△대금은 삼국시대부터 오랜 역사 동안 사랑을 많이 받아온 민족 관악기다. 가로로 쥐고 부르는 악기라고 해서 ‘횡적(橫笛)’이라고도 하였다. 대금을 처음 만들어 사용했던 민족은 고구려인들이었다. 강서큰무덤벽화에 신선이 대금을 연주하는 모습이 담겨있는데 이것이 그 사실을 반영한 것이다.

-대금을 연주하면 위로가 된다고 했는데.

△마음이 편하지 않을 때 대금을 연주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마음이 기쁠 때 연주를 하면 그 기쁨이 배가 된다. 그래서 대금이 제게 주는 위로는 너무도 크다. 저의 마음을 알아주고 읽어주는 평생의 친구이기도 하다.

-대금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

△대금 공부에서는 소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숨쉬기의 연습이 저절로 되어진다는 점이다. 높은 소리는 음이 거칠고 탁할 수도 있지만 호흡이 짧아서 자주 호흡을 해야 한다. 낮은 소리의 음은 부드럽고 맑은 느낌이 나서 스스로 조절이 가능하다. 호흡만으로도 빠르게도 하고 느리게도 하는, 연주자의 생각을 담아 연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숨이 차면 숨을 쉬면 된다. 복식호흡을 자주 사용하게 되니 건강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도움이 된다. 치매 예방에도 아주 좋다. 아랫배에서 숨을 내쉬는 호흡 방법으로 불어내고 숨을 들이쉴 때도 마찬가지로 깊이 들이쉬는 게 핵심이다. 보통 사람들이 가슴으로 숨을 쉬지 않고 깊이 복식호흡을 하는 것이므로 몸에 이롭다. 대금을 연주하면서 얻어지는 건강한 숨쉬기로 대금의 소리도 즐기고 건강도 누리는 취미생활로 대금을 적극적으로 권해주고 싶다.

-대금의 매력은 무엇인가.

△낮은 저음에서 나오는 구슬픈 가락과 높은 음역대에서 나오는 호방산 선율이 마치 우리가 느끼는 기쁨과 슬픔을 표현한 것 같다. 낮은음과 높은음이 만들어내는 조화로움은 마치 우리가 살면서 세상에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면 좋을 것 같다는 가르침을 주는 것 같다.

-대금 연주 행사 중 기억에 남는 행사가 있다면.

△작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개최되지 못했지만 2019년 경주에서 열린 세계차문화축제 무대에서 연주했었다. 그때 중국의 긴주둥이차주전자를 이용해서 예술을 펼치는 장취호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 참여했던 중국인 젊은 청년이 대금을 신비롭게 바라보면서 한번 배워보고 싶다고 해서 내가 간직하고 있던, 아끼던 대금을 선물했던 적이 있다. 그 중국인 청년의 환한 미소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아주 귀하게 간직하겠다고 인사를 나누었고 이렇게라도 우리의 전통 악기를 세계에 소개할 수 있어서 너무 흐뭇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저에게 대금을 배우러 오는 것도 좋지만 이런 기회를 통해서 우리 전통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대금이란 악기가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본다. 문화의 한 분야로서 전통문화를 면면히 이어가는 가교역할을 할 수 있다면 저는 어떤 장소이든 어떤 대상이든, 한 명이 되었든 두 명이 되었든 기꺼이 제 역할을 하고 싶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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