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영 식

안녕하십니까 우울은행 콜 센터입니다 먼저 원하시는 서비스코드를 눌러주십시오 본인의 바코드를 누르시고 #버튼을 눌러주십시오 귀하의 슬픔의 잔액은 무한정이군요 받으실 분의 계좌번호를 입력하여주십시오 이체할 슬픔의 양을 눌러주십시오 아참 주체못할 비애 이상을 이체할 분은 0번을 눌러주세요 전문상담원이 그대의 생을 친절하게 상담해드립니다 받으실 분의 성함과 계좌번호를 확인하시고 맞으면 * 표를 눌러주세요 이제 슬픔이 이체 완료되었습니다 그런데, 당신의 계좌에는 아직도 근심이 무궁무진 남아 있군요 오늘도 저희 우울은행 콜센터를 이용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잠시만요,

그런데 이 무한정의 눈물은

어디로 전송하죠? 네?

은행을 찾아가지 않고 전화로 은행 일을 보는 것을 텔레뱅킹이라 한다. 모든 것이 기호화, 코드화 되어 있고 온라인, 디지털로 거래되고 판매되는 후기 자본주의 산업사회의 차가움 혹은 비정함, 비인간화 되어가는 현실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