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다례사 박수경
찻물 끓는 소리·차를 우려내는 동안의 고요는 마음의 평화 얻는 여정
대한민국 최고급다례사 자격증 소지… 시민·학생에 차 문화·예절 보급

박수경 다례사.
“혼란스러운 요즘 오롯이 내 마음에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면 전통 다례를 배워보세요”

우리 전통문화인 다례를 세계에 알리고 선조들의 품격과 예법을 전수하는데 앞장서는 차(茶) 전문가 박수경 다례사는 코로나19 우울을 달래는 데에는 다도가 으뜸이라고 귀띔한다.

박 다례사는 대한민국최고급다례사(한국차인연합회 차문화 최고과정 이수)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는 포항 지역의 차 전문가 중 몇 안 되는 인물 중 한 하나다. 그동안 생활예절, 전통예절, 의식 다례, 생활 다례를 시민과 학생들에게 가르쳐 올바른 차 문화와 예절을 널리 보급해왔다. 특히 그는 다례사 교육, 다화, 티 테이블, 차의 개론 및 분류, 차의 과학적 연구, 차와 건강 등 다양하고 전문적인 커리큘럼을 통해 차인(茶人) 양성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7일 박수경 다례사를 만나 이제 막 차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으려는 이들에게 징검다리가 돼줄 쏠쏠한 정보들을 들었다.

-다도란 무엇인가.

△자기 스스로를 알아가는 과정이고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한 여정이다. 차를 우려내는 그 고요한 시간 동안 오롯이 나의 마음을 비우는데 집중하다보면 내면에 숨어있는 나를 만나고 나를 안아줄 수 있게 된다. 차를 마시는 행위는 나를 돌아보고 반성하며 더 나은 자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욕심도 없고 기교도 없는 것이 다도의 정신이다.

-차란 무엇인지 그리고 차의 성분과 효능은 어떤 것인가.

△차라고 하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차나무의 잎을 따서 만든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루이보스, 마테, 민트 이런 건 허브이다. 생강차, 대추차 이런 건 탕이라고 한다. 히비스커스, 캐모마일 이런 건 꽃차다. 차가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는 과일, 꽃 허브 심지어 향신료까지 그 어떤 재료와도 블랜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른 재료와 섞으면 그 재료를 빛나게 해준다, 하지만 차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메인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런 것이 차의 성품을 말해주는 것이고 차가 단순히 기호식품을 넘어 정신을 다스리는 음료라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차의 성분은 차나무가 자라는 품종, 재배되는 조건, 채엽하는 시기, 토질, 제조방법에 따라 다소 달라진다. 차에는 500가지가 넘는 화학성분들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카페인, 폴리페놀(카테킨), 아미노산(데아닌), 비타민, 당류, 기타 방향 물질 등이 인체에 유익함을 주고 있다. 이 성분들의 대표적인 효능은 항산화 작용이다. 우리 몸에 활성산소를 없애주고 질병에 걸릴 확률을 줄여준다. 차의 약리적인 효과로는 충치를 예방하고, 중금속을 제거하고, 식중독을 예방하기도 하며 암 발생을 억제하는 역할도 한다. 환경호르몬의 피해를 예방하며 혈당이 상승하는 것을 억제해줘서 당뇨병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찻잎 속에 있는 비타민은 노화를 방지하고 피부를 맑게 해주고 항암작용에 도움을 준다. 데아닌은 천연 진정제라고도 불릴 만큼 신경계를 안정시켜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준다.

-한국 차를 즐기는 이유가 있는지.

△튀지 않으면서 은은하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한번 차를 맛보면 쉽게 빠져들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우리 차는 녹차와 발효차인데 발효차의 경우 80% 정도 발효된 황차를 즐긴다. 녹차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차다. 인정받는 다원에서 농사지은 차를 구해 마시면 가장 좋다. 우리나라의 하동이나 보성지역에서 생산되는 녹차는 깔끔하면서도 구수함도 느껴진다. 차를 공부하고 알면 알수록 더 맛있게, 또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상에서 곁에 두고 행복하게 마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다례의 진정한 가치는 기다림이라고 했는데.

△우리의 삶이란 곧 기다림이라고 생각한다. 원하는 일이 이루어지기를, 사랑하는 사람이 내게 오기를 우리는 항상 기다리지 않나. 차를 마시기 위해서는 찻물이 끓기를 기다려야 하고 찻물이 우러나기를 기다려야 한다. 충분히 여유를 두었을 때 원하는 맛있는 차를 만날 수가 있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너무 바쁘고 빨리빨리 결과를 보려고 하지 않나. 우리 차인들은 찻물을 올리는 순간 마음이 편안해진다. 기다려야 물이 끓고 그래야 맛있는 차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찻물이 끓는 동안은 그 소리를 감상한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소리다. 이때 차가 우리에게 하는 이야기는 순리대로 살라는 것이다.

-진정한 차인 생활은 어떤 것인가.

△차를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차의 특성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야 하고 조금의 공부가 필요하다. 차의 성질에 따라서 다구(茶具)를 선택해야 하고 물의 온도를 맞춰야 하고 차의 양을 정해야 하고 우리는 방법도 선택해야 한다. 이것이 차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다. 차는 혼자 마셔도 좋고 둘이 마셔도 좋고 여럿이 마셔도 좋다. 같은 차를 마셔도 누구와 마시느냐에 따라 차맛이 달라진다. 좋은 사람과 함께 나누는 차는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이것이 차가 가진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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